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4일 대선 패배 후 처음으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당의 쇄신과 반성을 주문하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청년·여성 공천을 확대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데 이어 민주당이 앞장서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닷새 전 선거 결과만 기억해내야 할 것이 아니라 5년간 국민과 지지자에게 ‘내로남불’이라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며 “47.8%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패배는 다른 것이 아니라 안주하고 안일했기 때문”이라며 “180석만 믿고 모른 채 안 들리는 척하며 5년 동안 국민께 실망을 안기고 안주해 온 결과가 패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면서 “쇄신과 변화에 발맞춰 여성과 청년에게 (지방선거) 공천을 확대하겠다”며 “그들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산점이나 할당제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에 더 많이 도전하고 기회를 가지며 활약할 수 있는 공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비대위원들도 이날 회의에서 청년·여성 공천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소영 비대위원은 “선거에서 졌다고 (청년·여성 공천 확대가) 유야무야 돼선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젊고 유능한 인재들에게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지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고, 조응천 비대위원은 “청년과 여성 공천약속은 반드시 지켜 지방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평등법 제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평등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논의가 시작된 지 20년이 흘렀고, 국가의 소극적 대응 속에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은 “국민 10명 중 9명이 이 법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문재인 대통령도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평등법 제정을 설득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지연된 정의를 현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정치권의 온정주의를 뿌리 뽑겠다”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학연·지연·혈연과 온정주의로 보편적 원칙과 사회적 규범에 위배된 정치인을 감싸는 사람들이 여전히 민주당에 남아있다. 오늘부로 뼈를 깎으며 쇄신해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더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 장례식장에 근조화환을 보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성폭력 성비위 등,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며 “상대적으로 힘없는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다가올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