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4일 대선 패배 뒤 첫 회의를 열어 6월 지방선거 여성·청년 공천 확대와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 등의 쇄신안을 쏟아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비토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쇄신 드라이브로 돌파하겠다는 모양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회의에서 “닷새 전 선거 결과만 기억해내야 할 것이 아니라 5년 간 국민과 지지자에게 ‘내로남불’이라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쇄신과 변화에 발맞춰 여성과 청년에게 (지방선거) 공천을 확대하겠다”며 공천 시스템 개편도 언급했다. 이소영 비대위원과 조응천 비대위원 등 다수의 비대위원들도 여성·청년 공천 확대 방안에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평등법 제정과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도 거론됐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차별금지법이라 불린 평등법은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고 2007년 차별금지법으로 처음 발의됐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평등법 제정을 설득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여전히 남아있는 학연·지연·혈연과 온정주의로 보편적 원칙과 사회적 규범에 위배된 정치인을 감싸는 사람들이 여전히 민주당에 남아있다”며 “성폭력 성비위 등,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이런 쇄신안은 윤 비대위원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노웅래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윤호중 비대위를 두고 “진영과 패권정치의 협착물”이라며 “위성정당 만들 때 앞장섰던 사람이 계속 하면 국민들이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이틀 동안 ‘윤호중 사퇴,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 서명운동 결과 총 서명자 1만9151명 가운데 3193명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라고 밝혔다”며 “윤호중 비대위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윤호중 비대위를 인정하고 제대로 운용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1일 의원총회 때는 굉장히 비판적인 의견을 냈지만, 현 체제로 가기로 했으니 이제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쟁해서 결론을 내야지 외부로 끌고 가는 건 부정적이라는 정서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비대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일부 의원들의 (퇴진론 등) 비판이 있지만, 다수 의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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