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차를 마시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여러 우려와 비판을 무릅쓰고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 시절 ‘정면돌파’를 통해 대통령까지 쟁취한 성공의 경험과 갈등을 조정해본 적이 없는 정치 무경험이 그 이유로 꼽힌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이 있나’, ‘국민 반대에도 결단하는 것이 제왕적인 게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므로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의 ‘정면돌파’는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경로를 설명하는 열쇳말이다. 검찰총장 취임 1개월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착수하며 문재인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덕에 정치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에 사퇴하지 않고 맞서며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버티면 된다’는 그의 경험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전두환씨 옹호와 부인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이 불거질 때도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바람에 일을 더 키우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찰총장 당시 외압 등에 버티며 직진으로 정면돌파해온 윤 당선자의 캐릭터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소통과 거리가 먼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당선자의 ‘정면돌파’ 스타일은 26년 검사 생활의 결과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를 잘 아는 검사들은 그를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지만 수사하면서 디테일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평가한다. 특유의 돌파력은 외압과 거악에 맞서는 데는 용이하지만,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 영역에서는 독선이 될 수 있다. 갈등 조정과 협치의 경험 없이 정계 입문 8개월 만에 최고권력을 쥔 것도 그에겐 독이 될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평생 국민을 피의자로 봐왔던 검사인 윤 당선자가 여전히 갑의 위치에서 자기 의중에 따라 판단을 해왔던 방식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라며 “경청과 소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한번 결심하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저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윤 당선자는 의회 경험이 없어 갈등을 조정하고 협치해온 경험은 전무하다”며 ”그는 정치를 타협과 협력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결과 승부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용산 집무실 이전을 고집하고 있는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탈 청와대’ 뜻이 강하다면 경호와 보안이 취약한 통의동 집무실에 머물게 아니라 취임 뒤 일단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차분히 집무실 이전을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엄경영 소장은 “잠시라도 청와대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논리는 사실 성립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당선자가 확실하게 본인 의지가 있다면 가능한 것”이라며 “당선자가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에 꽂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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