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만난다. 대선 이후 19일 만의 회동이다. 인사권 행사와 집무실 이전 문제로 갈등하던 두 사람은 역대 대통령-당선자 중 가장 늦게 얼굴을 맞대게 됐다. 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김영삼 당선자 간 18일 만의 회동보다 하루가 더 늦은 셈이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은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3월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해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께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만났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도 내용이 같았다. 이날 만찬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이 배석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지난 16일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시간을 4시간 앞두고 회동이 무산됐다.
회동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의견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윤 당선자가 집무실 이전 계획을 굳힌 직후인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뒤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제동을 걸었다. 22일 국무회의에서는 인수위 운영 예산 27억600만원만 의결하고, 윤 당선자 쪽이 요구한 집무실 이전 비용인 ‘예비비 496억원’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을 계기로 집무실 이전 문제에서도 양쪽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에 공감하면서 협조 뜻을 밝히고, 회동 이튿날인 29일 국무회의에서 이전 비용에 드는 예비비를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청와대 관계자는 예비비 의결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부 안에서는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의지가 워낙 확고한데, 현 정부가 예비비 지출에 제동을 걸어 정권 이양기에 갈등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어차피 새 정부 출범 뒤 쓰게 될 돈이라면, 윤 당선자의 희망대로 예비비 의결을 해주고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를 잠재움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는 쪽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자고 당선인께서 말씀하셨다”며 “(만찬이라는 건) 시간을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 시간과 의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최근 국내외 현안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혜 대변인도 “당선인은 일단 국가적인 난제인 코로나19 그리고 어려운 국민분들,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안보에서의 북한의 도발 문제 등을 말씀하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가적 현안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도 회동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의제 조율 없이 만나는 것이므로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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