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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뒤늦은 회동 성사 왜?…갈등 장기화 부담에 감사위원도 정리돼

등록 2022-03-27 18:33수정 2022-03-28 02:02

스프레드팀
스프레드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이의 회동이 19일 만에야 이뤄진 데는 신구 권력 갈등이 더는 지속돼선 안 된다는 부담을 양쪽 모두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갈등의 핵심이었던 2명의 감사위원을 감사원이 현 정부에 제청하지 않기로 하면서 갈등요소가 없어진 점도 작용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자 쪽은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 공백’ 기간이 장기화하는 데 모두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회동은 4시간 전 연기됐다.

회동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국내외에서는 비상 상황이 이어졌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도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사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속히 만나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회동은 26일 저녁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실무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됐다.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임명 과정을 두고 거칠게 맞붙었던 두 사람은 25일부터 다시 협의를 재개했다고 한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등 국민이 직면한 어려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서 우리 국내에 미치는 경제 파장, 안보에 있어서 직접 국민들께 걱정 덜어드리는 것이 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꼭 어떤 계기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의 걱정을 우선 덜어드리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 그래서 당선자가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회동이 시간이 일과가 끝난 뒤인 오후 6시 만찬 형식으로 이뤄지는 점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현안 전체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취지라는 게 윤 당선자 쪽 설명이다. 최대한 회동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 일과시간 이후에 만찬 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정 조율 과정에서 난기류가 형성될 때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윤 당선자에게 회동을 여러 차례 제안했고 윤 당선자가 더 이상 이를 거절한 명분이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막판까지 갈등의 뇌관으로 존재했던 감사위원 인선 문제가 일단락된 점도 회동 성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현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 관련 논란이나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히면서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 문제에 윤 당선자 쪽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싶어도 감사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으면 인선 과정은 중단된다. 이달 초 임기가 만료된 감사위원 2명 임명 권한을 놓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충돌했지만 감사원이 윤 당선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갈등이 ‘정리’된 셈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동이 이뤄지기 위해선 현안에 대해선 (양쪽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최근에 보면 감사위원 문제도 해결됐다”고 말했다.

28일 만찬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대통령-당선자 회동의 소통 창구였던 이철희 정무수석 대신 청와대에선 유 실장이 참석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영민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것은 당선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예정됐던 오찬 회동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독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만찬에는 대통령과 당선자의 비서실장이 함께 한다. 회동 조율 과정에서 양쪽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문제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홍역을 치르면서 독대 뒤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하려고 배석자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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