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권성동 의원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측근인 권성동 의원이 8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맞춰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권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구도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 원내대표는 전체 102표 중 81표를 얻어 조해진 의원(21표)에게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된 옛 친이명박계 정치인이다. 2009년 10월 강원 강릉 재보선 때 국회에 입성한 4선 중진이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을 맡았고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윤 당선자와 동갑인 그는 강원도 강릉이 외가인 윤 당선자와 어렸을 때부터 안면이 있었고, 윤 당선자가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직을 던진 뒤에는 ‘정치 선배’로서 윤 당선자의 정치 입문을 도왔다. 윤석열 캠프의 종합지원본부장을 시작으로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지원총괄본부장, 후보 비서실장을 거쳐 윤 당선자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권 원내대표는 경선에서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윤 당선자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날 정견발표에서 그는 “당선인과 깊은 신뢰”를 강조했고 윤 당선자도 이날 권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청 원팀’을 강조했다.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은 “‘윤 당선자가 ‘당정이 환상의 호흡으로 국민만을 위한 원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면서 권 원내대표의 ‘국민 편에 서는 강한 여당’ 슬로건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며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는 어려운 시기인만큼, 풍부한 경륜을 갖춘 4선 중진의 권 신임 원내대표가 당내 화합과 여야 협치의 과제를 원만하게 풀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핵관 원내대표 체제’는 원팀 결속을 강화할 수 있지만, 내부 견제가 사라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와 너무 가까워선 안 되고 당 의원들과도 연대감을 높여서 활동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여당일 때 ‘청와대 출장소’로 불렸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다수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대통령의 논리로 야당과 협상에 나서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통령의 희망사항 내지는 관심사항이니까 관철한다는 태도보다는 시야가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국민의힘은 의석 수 열세로 국회 안에서 밀어붙일 힘이 없다.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설득하고, 구슬리면서 잘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경선에서 “역대 정부들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과거 수직적 당청 관계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저”라며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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