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와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21일 오전 박광온 법사위원장에게 안건조정위원 명단을 제출한 뒤 위원장실을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구했다. ‘꼼수 탈당’까지 감행하며 민주당에 유리하게 구성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열리면 곧바로 법안 심사를 매듭지을 태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본회의 소집을 공개 요청하며 “안건조정위는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심도 있게 심사해달라”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의장님과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박광온 법사위원장에게 안건조정위 명단을 신청했다. 전날 박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겠다며 희망 명단을 제출할 것을 각당에 통지했지만, 이날 국민의힘은 2명이 아닌 3명 명단(유상범·전주혜·조수진)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제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비교섭단체 위원으로는 전날 민주당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어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제하려는 것은 안건조정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어 3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안건조정위에서의 심사를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라 안건조정위는 여야 이견이 팽팽한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심사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4명이 법안에 찬성하는 표결 절차를 밟고, 곧바로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로 법안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박병석 의장이 중재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며 “중재안을 가지고 안건조정위에서 논의해야 실질적 논의가 되는 만큼 오늘이나 내일 안건조정위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박광온 위원장에게) 밝혔다”며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강행한다면 당 차원에서 의원들이 법사위 회의장 앞에 와서 항의하는 집회를 하겠다”고 했다.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 등 민주당 독주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이날도 이어졌다. 이소영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민 의원 탈당은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안건조정위는 날치기나 물리적 충돌이 횡행하던 후진적 모습을 청산하고자 여야 이견을 숙려·조정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편법을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수사-기소 분리라는 법안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며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국민들은 민주당이 지금 선을 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라는 넓은 길로 돌아가십시오”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가 위성정당에 대해 몇 번 사과하고 반성했는데, 얼마나 됐다고 이런 탈당 무리수를 감행하는지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고 했다. 반면 우원식 의원은 “민형배 의원의 불가피한 선택을 지지한다”며 “권력개혁의 절박함이 그만큼 크고 개혁을 통한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 등 그 필요성이 분명하다”며 민 의원을 감쌌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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