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나흘 앞둔 6일 국회 잔디광장에서 관계자들이 취임식 참석자들의 의자를 설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나흘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참석한다. ‘시진핑의 오른팔’로도 불리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특히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중국 귀빈 중 최고위급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과의 본격적인 ‘외교전’에 서게 됐다.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취준위)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는) 143명의 주한 외교사절을 포함해 외빈 300여명이 참석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미국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엠호프 변호사와 함께 마틴 월시 노동부 장관과 아미 베라 하원의원,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토드 김 법무부 차관보, 린다 심 대통령 인사담당 특별보좌관이 축하사절단 명단에 포함됐다. 또 최근 드라마로 방영돼 눈길을 끌었던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 등도 참석한다. 미국 축하사절단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상징성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는 평가다.
중국을 대표해 참석하는 왕 부주석은 의전상 중국이 그간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보낸 최고위급 인사다. 중국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는 탕자쉬안 당시 외무담당 국무위원을,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엔 류옌둥 당시 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파견해왔는데, 이번엔 파견 인사를 ‘정상급’으로 격상했다. 중국이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해 온 새 정부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중국 정부에서 그동안 부총리급을 대표로 파송했는데 이번에는 시 주석의 오른팔이라고까지 평가받는 분이 참석하시게 됐다”며 “앞으로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취준위는 “각료급 인사 파견이 예정되어 있으며, 일본 내 관련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때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이 한국을 찾은 뒤 약 4년 만이다. 냉각기를 거치던 양국 관계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개선될지 주목된다. 한반도 4대 주변국 중 러시아에선 별도의 외교사절이 방한하지 않는 대신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한-러 관계 악화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현직 정상급 인사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포스탱 아르샹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참석을 확정지었다. 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과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 겸 아람코 회장 등도 참석한다.
취임식 행사장은 국회 앞마당에 4만석 규모로 마련됐다. 취임식은 10일 오전 11시 윤 당선자 내외 입장으로 시작되며, 윤 당선자는 ‘국민 희망 대표’ 20명과 함께 단상에 오른다. 단상 중앙에는 윤 당선자 부부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앉도록 자리가 배치됐다. 윤 당선자는 단상에서 계단을 내려와 돌출 무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25분가량 취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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