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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출근길 회견’ 한달…12번의 즉흥발언 뜯어보니

등록 2022-06-09 17:44수정 2022-06-10 02:13

정치BAR_배지현의 보헤미안

취재진 직접 소통…“혁신” 자화자찬하지만
윤, 사실관계 비틀거나 감정적 대응할 때도
대통령실 관계자도 “발언 수위는 조절했으면”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취임 한달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은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입니다.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출근길에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출입기자와 대통령이 마주칠 수 없었던 청와대에서 새 청사로 옮겨왔기에 가능한 방식입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중요한 소통의 장”, “혁신적인 방식”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걸러지지 않은 의중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취지입니다.

서울 서초동 집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은 용산 청사에 오전 8시50분께 도착합니다. 본관 1층이 공사 중인 탓에 지하 주차장을 통해 들어오는데 출입기자 50여명은 엘리베이터 앞 통로에 설치된 프레스라인 앞에 대기합니다. 약식회견의 질문 수는 통상적으로 두세개, 많을 때는 일곱개가 되는 날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첫 출근길 문답은 취임 이튿날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11일 오전 8시34분께 청사로 들어선 그는 기다리고 있던 출입기자들에게 “1층에 다들 입주했어요?”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이어 기자들이 첫 출근 소감을 말해달라고 하자 “어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전날 취임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해명한 것입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은 국정현안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약식회견 기회를 적극 활용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 전날엔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을 은근히 압박했고 아이피이에프(IPEF) 가입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중국과의 관계도 경제 관계를 잘 해나가면 된다.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굳이 없다”며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입길에 오른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단체 시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통합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시위대에 자제를 요청할 수 있겠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냉소적이었습니다. 이튿날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엔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사실관계를 비틀어 해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공직자 비위 정보는 사정기관이 한다. 미국에서 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8일엔 ‘검찰 독식 인사’에 대해서도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공직자 검증을 맡는 연방수사국(FBI)은 독립기관이며, 미국 검사는 정부의 법무 업무를 두루 수행하는 ‘법무부 공무원’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검사장 직선제가 도입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미국 상황을 ‘선진 사례’로 소개하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견강부회’(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끌어대어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였습니다.

윤 대통령 즉흥발언의 뒷수습은 결국 대변인실 몫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거버먼트 어토니’ 발언 뒤 “(미국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한 뒤 “전혀 뜻밖의 부처에 일하는 사람들이 변호사 경력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언급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풀어 설명해야 했습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윤 대통령의 답변을 예상할 수 없어 마음을 졸인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선 후보와 대통령은 발언의 무게가 다르지 않나. 발언 수위는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홍보실에도 도어스테핑은 큰 도전이다. 대통령 발언에 비판 여론이 커지면 중단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약식회견은, 당선자 시절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실무자들이 미국·일본 사례를 검토한 끝에 도입됐습니다. 언론도 대통령과 소통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됩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약식회견이 “진짜 소통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합니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왜곡된 성 인식 관련 질문에 “다른 질문 없나.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식의 ‘뭉개기 답변’은 곤란합니다. 장이 열린 이상 언론의 껄끄러운 질문에도 대통령은 성실히 답변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소통’입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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