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공동취재사진
해양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이 24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 결과 번복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실은 “감사원 감사 진행 중”이라며 이를 반려했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진상규명 공세를 이어갔다.
정봉훈 해경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오랜 고심 끝에 우리 해경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저는 이제부터 해경청장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날 정 청장과 함께 사의를 밝힌 간부는 서승진 차장, 김병로 중부해경청장, 김용진 기획조정관, 이명준 경비국장, 김성종 수사국장, 김종욱 서해해경청장, 윤성현 남해해경청장, 강성기 동해해경청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그 순수한 뜻은 존중하지만 현재 감사원 감사 등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일괄 사의는 반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대적인 월북 몰이가 있었다’며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진상규명 티에프(TF)’는 “당시 우리 군이 확보한 첩보는 7시간 통신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라며 ”그 중 ‘월북’이라는 단어는 단 한번 등장했으며 그 전후 통신에는 월북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는 우리 군이 입수한 ‘감청 첩보(SI)’를 통해 이씨의 월북 의도를 파악했다고 발표했지만, 월북 의사를 확인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티에프는 또 “(2020년 9월)22일 합참이 청와대위기관리센터에 보고한 최초 보고서를 열람하였는데, 그 보고서에는 월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혀 있었다”며 “그러나 23일 2회의 청와대 관계장관대책회의를 거치고 난 후, 24일 오전부터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으로 바뀌게 된다. 22일과 24일 사이에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통령기록물이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여권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규명 공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비극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고민정·김의겸·윤건영·진성준 의원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당시 해경과 군은 각각의 영역과 능력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색하고 조사에 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경과 군 당국이 사과하고 사의를 표명할 이유가 없다”며 “권력의 눈치만 보며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식의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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