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참모들도 ‘머쓱’…도어스테핑 하루 만에 뒤집기

중단 하루 만에 출근길 회견 재개
공지했던 참모들 머쓱…“정리 안 돼”
대통령실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달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잠정 중단했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전날 대통령실 참모진이 출입기자들의 코로나19 확진 사태를 이유로 당분간 약식회견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윤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회견을 재개하는 방식에서도 윤 대통령의 즉흥적 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집무실 출근길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지나치지 않고 자리에 멈춰 섰다. 평소라면 대통령의 이동 동선 1~2m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기자들은 전날 대통령실의 약식회견 중단 방침에 따라 7~8m 간격을 두고 대통령을 바라봤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여러 분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고 해서 가급적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청사 구성원들 안전을 지키고자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면서…”라고 말을 건넸다. 기자들이 “이 정도 거리에서 질문하는 게 어떠냐”고 하자 윤 대통령은 소리 내어 웃으며 “뭐 물어볼 것 있으면 물어봐요. (답변) 한 개만 하고 들어갑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의 방역 계획’ 질문에 “내일 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열리는데 기본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고,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은 서민들의 민생이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이 ‘내일도 (약식회견을) 할 것이냐’고 묻자 참모 쪽을 바라보며 “이거야 하면 안 되겠나”라고 했고, 이어 “괜찮으면 며칠 있다가 이 앞에다가 (포토라인을) 칩시다”라고 말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앞으로도 출근길 회견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국민 소통 의지’라고 추어올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실 내부에서 ‘리스크가 있다’ ‘축소하면 어떻겠느냐’ 참모들이 건의했는데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은 지켜야 한다’ ‘리스크와 부담이 있더라도 지속하는 게 맞는다’며 일축했다”며 “국민 소통은 계속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도어스테핑 중단에 따른 (야권) 비판에 결정을 번복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대통령실 실태를 확인시켜준다”(신현영 대변인)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하루 만에 도어스테핑을 재개하면서 참모진은 머쓱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약식회견 지침과 관련해) 정리된 것은 없다”며 “오늘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인데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지속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 태도와 내용에 변화가 없으면, ‘직접 소통’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무색하게 하는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은 계속돼야 한다. 앞으로는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