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압력’ 권성동, 표현만 겉핥기 사과 대통령실, “원래 엽관제” 구시대적 해명 정권 항변에도 대통령 부정평가 더 늘어
[논썰] 대통령실 ‘사적 채용’ 무개념 항변만, 더 돌아선 민심.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9급 비하 발언으로 ‘공무원 취업’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만, 한번 돌아선 민심은 요지부동인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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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발표된 7월3주차(19~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 32%, 부정 60%로 나타났습니다. 전주와 비교해 국정지지도(긍정평가)는 32%로 동일했지만, 부정 평가는 7%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3주 전까지는 주로 중도층과 무당층에서의 변화였으나, 7월 들어서는 윤 대통령에 호의적이던 고령층, 국민의힘 지지층, 보수층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응답층에서 긍정률 하락·부정률 상승 기류가 공통되게 나타났다고 한국갤럽은 분석했습니다. 권 원내대표 사과와 대통령실 해명 등에도 부정평가는 지지층에서마저 더 늘어난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 한마디로 ‘집권세력’이 ‘사적 채용’ 문제에 대해 보여주는 모습은 국민의 눈높이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안드로메다에서 온 사람들 같습니다.
권성동 “제 표현 불찰” 겉핥기 사과
20일은 집권세력의 두 축인 대통령실과 여당이 한꺼번에 ‘사적 채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에 나선 날입니다. 먼저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번 논란 확산의 계기가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죠.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립니다. 소위 ‘사적채용’ 논란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설명드리는 것이 우선이었음에도,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입니다.”
권 원내대표가 사과한 건 윤 대통령의 40년지기이자 강릉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인 우아무개씨 아들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친척과 지인이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적 채용 논란이 가열됐는데요. 권 원내대표는 이 중 우씨 아들에 대해 15일 “내가 추천했다”며 엄호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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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방학 때도, 대학 다닐 때도 우리 사무실에 와서 자원봉사도 했다. (…) 후보가 어디 가면 (따라다니면서) 추운데 고생했다. 나중에 장제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 그래서 내가 좀 뭐라고 했다.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넣었다고 하더라. 난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원.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문제가 된 대목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압력을 가했다는 대목입니다. 처음엔 대통령실에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넣었다고 사실상 청탁에 의한 지인 채용을 자백한 셈입니다. 둘째는 7급인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며 그 월급 받고 어떻게 사느냐고 말한 대목입니다. 공시생과 취업준비생은 물론 국민 다수에게 허탈감과 울분을 불러일으켰죠.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이라는 패러디 밈의 확산을 불러오며 현 정권의 ‘공정과 상식’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아무 문제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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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가지고 사적 채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직 공무원과 별정직 공무원의 채용 절차 방법과 관행을 전혀 모르는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프레임이다.”
이러던 권 원내대표가 20일 사과에 나선 것은 발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국정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사과도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다는 것일 뿐 별정직 채용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권 원내대표는 사과한다는 문구 바로 뒤에 이런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선출직 공직자 비서실의 별정직 채용은 일반 공무원 채용과는 본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은 선출된 공직자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 캠프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청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 이러한 청년들이 역대 모든 정부의 별정직 채용 관례와 현행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각 부서의 실무자 직급에 임용되었습니다.”
시민사회수석 “대통령실은 엽관제”
본질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표현을 잘못한 것은 사과한다는 건데요. 그러나 이런 알맹이 빠진 사과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사적 채용’ 논란은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오히려 비판 여론에 역공을 가했습니다. ‘엽관제’라는 생소한 단어까지 써가며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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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른바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서 악의적 프레임이다, 이렇게 규정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로 이해를 하면 될까요?”
강승규 “경제가 매우 위중한 상황인데 지금 대통령실 채용제도와 관련해서 사실을 왜곡해서 프레임을 통해 공적 채용을 한 비서진을 사적 채용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죠. 대통령실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고 비공개 채용 제도, 소위 말하는 ‘엽관제’라고 하는데요. 비공개 채용을 통해서 하는데 이런 부분 등이 공적 채용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검증과 여러 가지 자질 능력 등을 평가한 뒤에 채용됐는데도 사적 채용이다, 측근 지인 등을 비밀리에 채용한 것처럼 프레임을 씌워서 보도하는 것이 또는 공격하는 것이, 야당이 공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이런 저의 반박입니다.”(강승규 시민사회수석, 7월2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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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관제(Spoil System)는 정치적 지지자를 지지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Spoil엔 전리품이란 뜻이 있습니다. 엽관(獵官)의 엽자는 사냥을 의미합니다. 승리 대가로 관직을 나눠갖는다는 뜻입니다. 정실주의라고도 합니다. 미국에선 19세기 말까지 거의 모든 공무원을 이런 식으로 충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한 지지자가 공직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제임스 가필드 제20대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이 벌어진 뒤인 1883년 펜들턴법을 만들어 연방정부 공직자를 공채로 선발하는 실적제(Merit System)로 바뀐 바 있습니다. 실적제는 능력주의라고도 하죠. 다만 펜들턴법 이후에도 선거로 뽑히는 선출직 공직자를 보좌하는 비서실이나 고위 정무직의 경우엔 선거 캠프 출신이나 후원자를 임용하는 관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청와대 참모나 국회의원 비서진의 경우 캠프 출신을 배치하는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 기용이 통상적으로 이뤄져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일정한 선이란 게 있는 법입니다. 별정직 공무원으로 캠프 출신 어공을 뽑는다고 해도, 대개는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의 당직자나 의원 보좌관, 각 분야 전문가 등을 선별해 충원해왔습니다. 지금 정권처럼 캠프 출신이라고 해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대통령 부부의 지인 자녀나 친인척을 대놓고 여러명씩 기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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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통령도 부속실 등 개인 보좌의 성격이 짙은 기구엔 일정한 정도까진 잘 알고 편한 사람을 두고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부속실을 넘어 시민사회수석실, 총무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부서 전반에 친인척과 지인을 앉히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지원: “과거 정권에도 일부분에 대해서 사적 채용이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형식을 다 갖춰서 했고 설명을 잘 해 줬는데 이번에는 이게 도가 지나친 것 같아요.
진행자: “어떤 점에서요.”
박지원: “여러 사람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끼리끼리 한다, 해 먹는다, 이런 비난이 있고.”
진행자: “강승규 수석의 말씀에 따르면 이해충돌 소지가 없었고 그 다음에 캠프를 선거캠프를 거치면서 능력이 검증이 됐는데 왜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냐, 이렇게 이제 이야기를 하던데.”
박지원: “과거에도 그런 관례가 있고 청와대에서는 늘공과 어공들이 함께 근무합니다. 그렇지만 그 어공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당직자들이 와 있는 분들이 많았고 그렇게 사적 채용은 굉장히 제한됐습니다.”
진행자: “예를 들어서 이 사람을 쓰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사람이 대통령과 잘 아는 사람의 아들이다, 예를 들어서 그러니까 친인척이다, 이러면 이때는 경계를 하고 오히려 채용을 안 하는 게 상례고 상식에 맞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박지원: “그렇죠. 당연히 그거야 안 되죠. 예를 들면 강릉 출신 우모 행정관 같은 분은 자기 아버님이 강릉의 선관위원이고 강릉을 선거구로 두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추천이 있었다고 하면 사양하는 거죠.”(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7월2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너무 잦은 ‘지인 찬스’
박지원 전 원장도 지적했듯이, 윤석열 정권은 국정의 중추인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에서 ‘지인 찬스’나 ‘사적 채용’ 논란을 빚은 사례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잦습니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아래로만 한정해 놓고봐도 우아무개 행정요원 논란에 앞서 오랜 지인의 아들로 평소 윤 대통령을 ‘삼촌’, 김건희 여사를 ‘작은 엄마’로 부를 정도였던 황아무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기용, 외가 친척인 최아무개 선임행정관 기용 등의 문제가 불거진 바 있습니다. 우아무개 행정요원 논란이 한창이던 19일에도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함께 일한 수사관 출신인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 아들이 부속실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연일 터져 나오는 대통령실 직원들의 채용 문제는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이고 대통령실에 썩은 내가 진동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7월19일 의원총회 모두발언)
대통령실에 채용되진 않았지만,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절친한 사이인 신아무개씨가 나토정상회의 순방에 민간인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참여해 대통령 부부 행사 기획 등의 국가 공무를 수행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또한 봉하마을로 권양숙 여사를 방문할 때 지인을 대동하고, 자신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을 대통령실에 채용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원모 비서관 부인 신씨와 신씨의 어머니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각각 1000만원씩 2000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아무개 행정요원도 대선 때 1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합니다. 정상적이라면, 대가성 논란 가능성을 의식해서라도 이런 인물들에게 특혜로 비칠 수 있는 조처는 자제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러나 지금 집권세력은 정반대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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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용궁(용산 대통령실)으로 가는 세가지 지름길이 회자되고 있다. 첫째, 대통령의 일가 친인척일 것, 둘째 대통령의 측근, 지인일 것, 셋째 ‘윤핵관’이 추천한 자일 것.”(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7월18일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
‘공정과 상식’ 거스른 해명 백태
가뜩이나 답답한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건 성찰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집권세력의 안이한 인식과 오만한 해명 태도입니다. 앞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강승규 수석의 주장을 살펴봤습니다만, ‘사적 채용’ 논란을 ‘부당한 정치 공세용 프레임 씌우기’로 보는 시각은 대통령부터 대변인까지 정권 핵심부가 똑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출근길 문답에서 외가 친척인 최아무개 선임행정관 논란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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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문제 거론 하시던데 정치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마빌딩에서 당사에서 열심히 선거운동 했던 동지다.”
18일 출근길엔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두 차례 나왔지만, 답변을 피했습니다.
기자: “잇단 채용 논란에 윤석열 정부 공정이 무너졌다고 국정조사 요구 목소리까지 있는데, 다시 인사 전반 짚어볼 계획 있으신지요?”
윤 대통령: “허허. 다른 말씀 또 없으세요? 자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기자: “채용 얘기는 안하시는 건가요?”
윤 대통령: “….”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참모들 태도가 다를 수가 없습니다. 강인선 대변인은 검찰 수사관 출신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의 아들 논란에 대해 이런 해명을 내놨습니다.
“주씨는 일정기획팀의 일원으로 대선 당일까지 근무했습니다. (…) 마땅히 그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인수위에 합류했고, 그리고 대통령실에도 정식으로 채용됐습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 이러한 설명을 드리는 것은, 이와 같이 대선 기간 내내 묵묵히 일을 한 실무자들에게 정당한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 7월19일 브리핑)
‘사적 채용’이 아니라 공정한 처사였다는 항변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이후 부쩍 방송 출연이 잦아진 인물이죠. 나경원 전 의원은 이런 주장에서 한 발 더 나가기까지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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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딱 보는 순간 MB 정부 초기에 소고기 촛불 시위 기억하시죠? 그거의 데자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나느니 하면서 온갖 정말 거짓말로 다 국민들을 호도하고 그렇게 해서 MB 집권 초기에 국정 동력을 확 떨어뜨렸잖아요. 지금은 이제 보니까 사적 채용이니 이제 그걸 국정조사 하자고 그러면서 시작을 하는데요. 좀 심하다 야당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나경원 전 의원, 7월18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사적 채용 논란이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위기 요인으로 떠오른 건 야당의 ‘거짓 선동’ 때문이라는 주장인데요. 짧은 생각입니다. 국민이 바보입니까.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대통령실 채용 자체에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요소가 포함돼있지 않고서야, 야당이 프레임을 짠다고 그대로 수용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나 전 의원이 상식을 되찾아, 정략적으로 사안을 재단하는 프레임의 덫에서 한시바삐 헤어나길 바랍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나 전 의원과 달리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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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이 뭐였는가 하면 공정과 상식이지 않았습니까? 인사를 공정하게 하고 또 상식적인 선에서 인사하게 되면 지금 국민들의 그런 부정적인 여론이 많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7월1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지지율 30%대면 3명 중에서 1명만 지지한다, 이런 얘기잖아요. 3명이 앉아있을 때 벌써 2명이 좀 이렇게 지지를 별로 안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사람이 큰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최초에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선출하고, 믿어준 그 정신이 바로 공정과 상식인데, 이것에 부합하는 어떤 일련의 그 어떤 그런 것들이 있었는가라는 것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고.”(이언주 전 의원, 7월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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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호응했던 20대의 이탈
주목되는 건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도 ‘사적 채용’ 논란 등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하는 움직임이 번져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대 남성층에서 ‘사적 채용’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21일치 한겨레 기사(‘20대 남성 “‘권모술수 권성동’ 회자되는데, 심각성 모르는 듯”’)는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서울 거주 20대 남성 9명과 ‘카카오톡 방담’을 나눈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보면,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실망한 핵심 이유로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의 붕괴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불러온 가장 큰 계기로 장관 인사와 대통령실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아빠 찬스’, ‘사적 채용’ 논란을 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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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가치 지키고 싶어하는 세대로서, 내로남불적 행태에 분노 느껴…저렇게 할 줄 알았다면 주변에 2번 찍으라고 추천 안 했을 것.”(이기혁·22·대학생)
“‘공무원시험 합격은 권성동’ ‘권모술수 권성동’이란 말 회자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정말 무겁게 받아들여야…‘청년들에게 실망감 드려 죄송하다’는 대국민 기자회견 해야.”(박원기·23·대학생)
“빚투 탕감 절대 공정 아니라고 생각해…투기성 부채 지원해주는 것이 (옳은지) 의문.”(송호인·20·대학생)
“‘이게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이냐’란 말이 실망감 대표…‘한번 한 탄핵, 두번은 못할까’란 의견 점점 나올 것 같아.”(노진우·19·대학생)
어떻습니까. 지지층에서도 정권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모습입니다. ‘사적 채용’이 아니라 ‘엽관제’에 따른 ‘공정 채용’이라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항변이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더 상승한 한국갤럽 7월3주차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2030 공정’ 활용하고 저버린 현 정권 ‘자업자득’
집권세력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무엇보다 ‘지인 찬스’ ‘사적 채용’ 논란을 야권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치부하는 오만과 불통을 버려야 합니다. 2030 세대에게 정권의 무개념 항변은 ‘내로남불’의 징표로 다가설 뿐입니다. 사실 이는 현 정권의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2030 세대의 공정에 대한 감각과 정서는 기성세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경쟁에 입각한 실적주의를 공정의 표준으로 보는 시각이 뚜렷합니다. 현 정권은 바로 이런 시각을 부추기고 전 정권 비판에 활용함으로써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놓고 정작 자신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실적주의와 거리가 먼 엽관제, 정실주의로 흐르고 있습니다. 비판에 대해선 프레임짜기라고 역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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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실무자들이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것을 사적 채용이라고 하는, 사실 이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틀로 호도하는 것은 사실 대선 승리를 위해 헌신한 청년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 7월19일 브리핑)
현 정권이 엽관제를 얘기하지만, 실상은 현대의 진화한 엽관제와도 어긋나는 행태가 일상화돼 있습니다. 캠프 출신을 비공개 채용한다고 해도 엄정한 검증 절차 등 공정의 외관은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권의 대통령실 인사에선 이런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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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의 40년 지기의 아들은 없었어요. 대통령이 잘 아는 사람의 아들은 없었어요. 그리고 당이나 이런 데서 추천을 해도 청와대에서 검증에 걸리거나 이러면 가차 없었고 또 이 사람이 이 직책에 맞느냐 이 문제를 봤죠. 그래서 선거에서 뛴 사람이 10, 20명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왜 대통령의 지인 아들만 그러면 능력 있는 거냐. (…) 우모 씨의 아들도 전공이 꼭 성악이라서가 아니고 사회수석실에 그분이 근무해야 할 아무런 적절성이 없어요. 이런 거죠. 거기다가 겸직을 했어요. 기본적인 절차, 검증, 적절성 이런 게 다 결격이 된 거지.”(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7월20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집권세력은 본질적으로 문제 없고 표현만 잘못이라는 근시안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왜 자신들의 항변에도 국민 다수는 ‘공정과 상식’을 깬 ‘사적 채용’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지 근본적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친인척 채용시 더욱 엄격한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책도 찾아 내놔야 합니다. 국회는 이미 지난 2017년 4촌 이내의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의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국회의 법 개정에 맞춰 청와대 직원을 채용할 때 가족이나 친족이 근무하고 있는지를 묻도록 내부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대통령실이 보이는 모습은 이보다도 훨씬 뒤쳐진 게 사실입니다. 현 정권이 변화의 시늉이라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민심의 이반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 도움: 채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