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뒤 대표직 복귀를 노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입지와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며 사실상 여당 대표에서 파문시킨 탓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철저히 분리하는 전략을 써왔다. 그는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앞둔 지난달 27일 윤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가 논란이 되자 “인수위 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몇 번을 만나 뵌 건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있었던 대화 같은 것을 밖에 이야기하는 게 탐탁지 않아 말을 안 하는 것”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같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같으면 나라가 큰일 난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윤 대통령 사이는 문제가 없는데도, 중간에 있는 윤핵관들이 잡음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공공연한 ‘불화설’ 속에서도 드러난 적 없는 ‘윤심’이 이 대표에겐 기댈 언덕이 된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표적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문자에서 적나라하게 속내를 표시하면서 이 대표의 설 자리는 위태로워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문자 메시지를 번복하거나 사과할 가능성은 없지 않냐”며 “이번 사태는 출구 전략이 없는 느낌이다. 결국 이 대표가 그만두도록 어떤 식으로든 압력을 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경찰 수사에서 자신의 성접대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해소되면 이 대표가 다시 기사회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이 등을 돌리며 복귀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미 당내는 친윤계가 주류인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재작동할 가능성도 적다. 한 초선 의원은 “당원과 국민이 대통령이 이준석을 싫어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 대표가 다시 설 자리는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전날 반응하지 않았던 이 대표는 27일 불편한 심경을 표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적었다. ‘양두구육’에 빗대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겉과 속이 다르다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연합뉴스>에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윤 대통령의 문자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뜻을 분명히 알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 등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청년 세력 등을 모아 반윤, 비윤 노선으로 당내 비주류 구심 구실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 복귀하게 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등을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선을 그었던 사람인데 비판을 할 지점이 있으면 당연히 비판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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