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걸어나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들을 향해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하며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만 사람이냐, 저도 제가 할 말 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이번 사태는 명백히 윤핵관이 일으켰다”며 “
결국 윤핵관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정당을 경영할,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희생양을 찾아 또다시 나설 것이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희생양의 범주를 넓혀서 어쩌면 본인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도 희생양 삼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7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받았지만, 지난 9일 당이 비대위원회 체제로 결정하면서 당 대표직이 자동 상실됐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비대위 전환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대표가 징계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그러면서 윤핵관들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명하며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 그저 본인들이 우세 지역구에서 다시 공천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것은 윤핵관들이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휘두르려고 한다고 본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철규·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직접 콕 찍으며, “
윤석열 정부가 총선 승리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윤핵관들은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했다. 이어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작심 발언을 했다. “
윤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이 대표를 겨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말한 사실이 국회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폭로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저를 ‘그 XX'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
저한테 선당후사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매우 가혹한 것”이라며 “
선당후사란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여러분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의 설명과 달리 지난 6월12일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발표로는 대통령은 저를 만나지 않았지만, 저는 대통령께 북한방송 개방에 대한 진언을 독대해서 한 바가 있다”며 “저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서 모욕을 안겨주려고 했는데, 사실대로 사실관계 밝히는 게 뭐가 문제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는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만날 이유도 없을 뿐더러 풀 것도 없다. 예전에 대통령실에서 텔레그램 문자에 대해 ‘이 대표가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고 했는데, 전 정확하게 얘기했다. 오해하지 않고 정확하게 알아 들었으니 오해라고 오해하지 말라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
대통령실에서 무슨 의도를 갖고 있고, 어떤 생각인지 명확히 알았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어떤 사안에 대해 (윤 대통령과) 서로 의견 나눌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눈물도 보였다. 미리 준비한 휴지가 없어 들고 있던 마스크로 급하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눈물의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린 내용 안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분노의 의미가 큰 거 같다”고 답했다. ‘내년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에는 “원래 내년 6월에 전당대회가 열려야 한다. 그런데 만약 다른 일정으로 열리게 된다면 지금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준이라면 한 12월쯤 후보 공고를 내서 절묘하게 제가 참여하기 어려운 시점에 전대를 치르는 방법으로 국민을 현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