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4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권양숙 여사 예방을 위해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를 향한 검·경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정치탄압 피해자’ 이미지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은 지난 7월23일 이후 약 두 달 만이고, 당대표에 취임하고는 처음이다. 이 대표는 참배 도중 현장 관계자로부터 추도사를 제안받았지만 사양했다. 참배를 마친 뒤에는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후 노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동해 권 여사와 50분 가량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잘 보살피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고 동석한 안호영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추석 연휴 전에 봉하마을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태풍 힌남노 북상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면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그 사이 검찰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이 대표를 지난 8일 기소하고, 경찰이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이 대표를 13일 검찰에 송치하면서, 봉하마을 방문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이 커졌다. 검찰의 과잉 수사로 서거에 이른 노 전 대통령의 전례가 상기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경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도 정쟁, 야당탄압, 정적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한반도 평화정책, 대한민국 경제산업 발전에 더 주력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수사를 ‘야당 탄압’, ‘정적 제거’로 규정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1년 전의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을 통보한 데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경찰에 왜 뒤집혔는지 물어보라”고 말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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