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대통령실 제공)과 8일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공동취재사진)의 모습.
‘김건희 리스크’냐, ‘이재명 리스크’냐.
오는 19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정권교체 뒤 첫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민생을 사이에 둔 협치 논의는 간 데 없이 여야의 ‘사법 정치’만 과열되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하고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양 진영 간 고소·고발이 난무했던 올해 ‘대선 쟁투’가 연장되는 모양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여야는 “민생·경제에 대해, 팍팍한 현실에 대해 많이 힘들어하시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금 경기 침체의 터널에 들어섰다. 국민께서 말하는 추석민심은 한마디로 불안이었다”(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며 ‘민생고’를 강조했다. 오는 19~22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28~29일), 국정감사(10월4~24일) 등 정기국회 일정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민생·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각자 처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추석 민심의 향배에 신경이 곤두선 탓이다.
연휴 기간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은 양당의 ‘사법 리스크’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난 7~8일 코리아리서치가 <문화방송>(MBC) 의뢰로 전국 성인 1001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게 물은 결과, 김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 응답자의 64.7%는 ‘불공정한 수사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필요한지를 물은 질문에서도 62.7%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했고 32.4%만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표적수사’로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52.3%는 ‘법적 절차에 따른 것으로 표적수사는 아니다’라고 답했고, 표적수사라는 응답은 42.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여야의 해석은 엇갈린다. 야당은 우호적인 여론을 들어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동력이 붙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면죄부가 줄을 잇고 있다”며 “불공정과, 민생을 위기로 몰아넣은 데 대한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식 사무총장 역시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것이 세상 이치다. 윤 대통령은 ‘검통령’(검찰 대통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여당은 ‘정쟁 수단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모양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겨레>에 “언제는 여론조사가 안 그랬느냐”며 “(김건희 특검법을) 민주당이 정쟁 수단으로 쓰는 거라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이재명 때리기’를 이어갔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역대 최악의 ‘겹겹 방탄’ 뒤에 숨은 이 대표는 민심을 기만하지 말고 법과 국민 앞에 서라”며 “당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의혹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네거티브 공방으로 번졌던 대선 공방이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로 옮아갈 조짐이 보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를 지렛대 삼아 민생입법을 관철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169석 거대야당에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감세 정책 등을 비롯해 여권이 입으로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때가 되면 우리 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22개 필수 법안과 국정조사·특검 등 여러 카드 중 몇 가지는 여당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주부터 매주 주요 민생 현장과 지역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민생 행보를 부각할 계획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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