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가처분 재판부 바꿔달라”…이준석 “지연전술”

“재판장과 비대위원 서울대 동기동창” 이유 들어
이준석 “본인들 유리할까봐 기피?…말이 되나”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국가브랜드진흥원 주최 ‘2022 국가브랜드 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곧바로 “지연전술”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이 전 대표가 신청한 1차 가처분 사건부터 이번 5차 가처분 사건까지 모든 사건이 제51민사부(재판장 황정수)에 배당됐다”며 “서울남부지법 법관사무분담 상으로는 신청합의부로 제51민사부 외에 제52민사부가 있는데, 모든 가처분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는 것은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건 배당”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어 “5차 가처분 사건의 채무자 중 1인인 전주혜 비대위원은 제51민사부 재판장과 서울대 법과대학 동기동창”인 점도 사건을 재배당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제51민사부는 1차 가처분 사건을 통해 ‘절차의 위법 판단’에서 그치지 않고 ‘비상상황 해당성 및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이라는 정치의 영역까지 판단했다”며 “정당 활동에 대한 사법심사의 한계 관련 확립된 법리와 판례를 벗어난 선행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불공정”을 주장하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옛말을 생각케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신불립’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으로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해당 공문에 대한 보도를 공유하며 국민의힘이 전주혜 의원과 재판장이 서울대 동기여서 재판부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신청해도 제가 신청할 때 해야지 본인들이 유리할까봐 기피신청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적었다. 그는 “대한민국 법조인 중에 서울대 출신이 얼마나 많은데 이게 받아들여지면 앞으로 대한민국 법정에서 얼마나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일들이 일어날지”라고도 했다. 이어 “바보가 아닌 사람들이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할 때는 으레 ‘지연전술’이라고 받아들이겠다”며 “또 오비이락인지 모르겠지만 막판에 주기환에서 전주혜로 비대위원으로 교체한 것이 이런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