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23일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의 부산 입항과 26~29일 예정된 한-미 연합해상훈련 등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이번 미사일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번째 쏜 미사일이다.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행위”라고 규탄했다.
합참은 이날 “25일 오전 6시53분께 북한이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여㎞, 고도는 60여㎞, 속도는 마하 5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은 발사 뒤 올라갔다 떨어지는 일부 구간에서 아래위로 불규칙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고, 군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23)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은 땅에서 땅의 표적을 향해 쏘는 미사일로, 항모 등 해상의 표적을 겨냥하는 미사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6월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한 뒤 113일째인 이날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와 이지스 구축함 배리호(DDG-52) 등으로 꾸려진 미 항모강습단은 지난 23일 부산에 입항해, 26~29일 한국 해군과 동해에서 훈련을 앞두고 있다. 미 해군 항모가 참여하는 한반도 주변 한-미 연합해상훈련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이어졌던 2017년 1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동해 미 항공모함 등을 표적 삼아 미사일을 쏘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은 항모 등 해상의 표적을 겨냥하는 대함 미사일이 아닌, 땅에서 땅의 표적을 겨냥하는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전반적인 활동을 볼 때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국방력 강화의 일환으로 긴 일정 속에서 이뤄지는 시험발사나 무기 개발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적 도발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두는 것도 그런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행위임을 규탄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8일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제화 발표 뒤 첫 탄도미사일 발사임에 주목했고 “26~29일 실시하는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통해 북한의 어떠한 형태의 미사일 도발도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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