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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스토킹 감형 사유가 ‘연인 관계’? 김영란 양형위원장 “말이 안 된다”

등록 2022-10-04 17:04수정 2022-10-04 17:18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공동취재사진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공동취재사진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스토킹 범죄에서 연인 관계인 점을 감형 사유로 드는 법원의 판결 관행에 대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연인 관계여서 범죄를 당했는데 연인 관계라서 감형 사유가 되고 있다. 말이 되느냐’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스토킹처벌법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 9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실형 선고는 16.8%에 불과했고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전체의 60%에 달했다면서 “그중에서도 집행유예의 40%, 벌금형의 54%가 연인 관계였다”고 말했다. 함께 국감에 참석한 김상환 법원행정 처장 역시 “스토킹 범죄에서 그런 이유가 감형 사유가 된다면 모순적 상황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을 거론하며 “대법원 예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 의원은 “(가해자) 영장실질심사 때와 영장 기각 때 피해자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예규를 만들어달라”라며 “피해자가 기각 사실을 알아야만 경찰에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할 수 있고, 잠정조치 청구도 다시 할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어서 노출돼 있다가 살해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말씀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감에서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이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찰은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보내고 350여 차례에 걸쳐 메시지를 보낸 전씨에 대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논란이 일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형사소송법 70조 1항 2호에 보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얘기하는 증거에는 범죄에 대한 증언이나 진술을 할 수 있는 피해자도 포함된다”며 “피해자에게 뭔가 가해를 할 것 같으면 구속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피해자 해칠 우려’도 구속 사유로 명문화” 힘 받는다)

박 의원은 이어 “불구속 재판이라는 원칙이 있으니 법원도 구속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래서 최근에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를 조건으로 달아서 석방하고 그걸 어기면 다시 구속하는 조건부 석방 제도를 도입해서 구속 판단에 대한 재량의 폭과 유연성을 높이자는 제안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처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법관에게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 두 가지 선택지만 있을 때 고민이 많다. 이번 (신당역) 사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가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있고, (조건부 석방 제도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달 19일 성명을 내어 “법원이 스토킹 범죄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가해자 활동 반경을 제한하고 능동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선제적인 공권력 개입과 제한조치를 감수하도록 하는 ‘조건부 석방 제도’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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