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지금의 야당이 여당 시절의 일을 생각해보라”며 맞섰다. 문재인 정부 때의 사건을 거론하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를 반복하면서 대통령 스스로 정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에서 야당 탄압과 기획 사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질의하자, “자세한 수사 내용을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면서도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론한 ‘언론사 압수수색’은 2020년 4월 <채널 에이(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채널에이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일을 가리킨다. 당시 채널에이 쪽이 완강하게 저항하자 검찰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넘겨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널에이 사건은 실체가 잘못된 것이니 탄압인 거고,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이 건은 실체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에 강한 유죄 심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검찰과의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사실을 강조하며 ‘정치 보복’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전방위적 공세가 ‘기획 사정’의 일환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신들은 집권했을 때 안 그랬냐’는 식으로 반응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검찰 편중 내각’이라는 민주당의 지적에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느냐”고 응수했고, 민주당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자 “민주당 정부 때는 (전 정부 수사를) 안 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7월엔 장관 후보자 부실 검증으로 인사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될 수가 없다”,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며 전임 정권을 비난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전임 정권의 사례로 방어막을 치는 윤 대통령의 화법을 두고 “비전이나 전략 부분이 없이 보수 지지층을 묶어두려는 차원의 발언으로 읽힌다. 빈곤한 리더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 정부에 대한 판단 또한 국민이 할 부분이다. 현재 정부를 운영해가야 하는 대통령이 평론가식의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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