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이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백종욱 3차장. 조상준 기조실장은 국감 시작 전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왼쪽 자리가 빈자리로 남아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최측근인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조실장은 인사·예산 등 국정원 내부 살림을 관장하는 자리로, 지난 6월 임명된 지 4개월여 만의 사퇴다. 김규현 국정원장과 국정원 내부 인사를 놓고 빚어온 갈등이 사퇴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에는 역시 검찰 출신인 김남우(53·사법연수원 28기) 김앤장 변호사가 내정됐다.
조 전 실장의 사퇴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가 예정된 26일 오전에 알려졌다.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진행된 비공개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 실장이 왜 사퇴했느냐’고 질의했지만 국정원은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유상범·윤건영 의원은 국감 중간 브리핑을 통해 “김규현 원장이 전날 저녁 8~9시에 대통령실 비서관으로부터 유선전화로 (조 전 실장의 사퇴 뜻을) 직접 들었다”며 “조 전 실장이 직접 원장에게 사의 표명을 한 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규현 원장이 조 전 실장 본인이 아니라 대통령실로부터 뒤늦게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의 표명은 상식적으로 상급자한테 보고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건) 그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비서관이 국정원장에게 (기조실장의) 사의만 전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조 전 실장의 ‘기이한 사퇴’는 김규현 원장과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부 고위직 ‘물갈이’ 인사를 진행해왔는데 최근 2급 간부들 인사를 놓고 김 원장과 조 전 실장이 그 폭과 속도 등을 놓고 마찰을 빚어왔다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가 전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페이스북에 “인사 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풍문은 들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날 국감에서 인사 갈등설을 부인했다. 윤건영 의원은 “(조 실장의 사의 표명이) 항간에 떠도는 인사갈등 때문이냐 질문했는데도 (국정원 쪽은) ‘그런 사안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조 전 실장의 ‘국정원장 패싱 사의’ 배경과 관련해 이날 낮 비리 연루설까지 제기됐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개인적 사유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 전 실장 후임자인 김남우 변호사는 27일부터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2020년 8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부대 미복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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