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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책 홍보장’ 된 80분 생중계…민감 현안 쏙 빠졌다

등록 2022-10-27 20:49수정 2022-10-28 08:29

비상경제민생회의, 토론보다 성과 발표 치중
부총리에 앞다퉈 민원…야당 “무능 민낯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제가 우리 장관들을 골탕 먹일 질문을 막 던질거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던데,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해주세요.”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들머리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정부 각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80분 동안 생중계됐다.

회의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사회를 맡아 △주력 산업 △해외 건설 △중기·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회의 전 공개 생중계 회의가 전시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리허설도 없었다. 쇼를 연출하는 건 절대 하지 말라고 해놨다”고 했다. 회의에는 윤 대통령을 포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 장차관 12명과 대통령실 참모 7명 등 19명이 참석했다.

각 부처 장관들은 윤 대통령 앞에서 파워포인트 화면을 띄워 설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회의 도중 장관들에게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고, 종종 관심 사안을 언급했다. 그는 원전과 방위산업 수출에 관해 “원전하고 방산이 국가안보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전과 방산 패키지 수출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부처가 합심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로 키울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코딩 교육 강화를 거듭 언급했고, “(정부 역할은) 민간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더 좋은 유니폼과 더 좋은 운동화를 공급하는 것”이라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는 입체적인 토론보다는 윤 대통령을 향한 평면적인 정책보고회에 가까웠다. 특히 각 장관들은 성과를 부각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데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장관들은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원전 확대와 노동시간 유연화, 청와대 개방 효과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했다.

추 부총리에게 저마다 자신이 맡은 부서의 예산을 더 배정해달라는 ‘민원’도 빠뜨리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장관들의 예산 배정 요구가 이어지자 “이러다가는 곳간이 다 떨어지게 생겼다”고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예산 지원을 호소하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중기부 장관도 기재부에 강력히 요청해 세제 지원을 대폭 이끌어내라”고 말했다.

반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위기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부에 민감하거나 불리한 현안은 회의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80분으로 예정된 회의 끝머리에 사회를 맡은 최상목 경제수석이 마무리 발언을 요청하자, “2시간 하기로 하지 않았나. 왜 이렇게 빨리 끝나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오히려 경제 무능력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경제위기 상황에도 한가하기만 한 3무 정부의 민낯을 확인해줬다”며 “발등의 불이 된 김진태(강원지사)발 금융위기 사태에 대해서도 한마디의 언급이 없었다. 국민 우롱 정치다”라고 말했다. 여당 안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위험하지 않으냐”며 “국민과 기업이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것은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전략인데, 그게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행동’이다.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민생을 방기한 민주당도 더 늦기 전에 경제 회복을 위한 전 사회적 행동에 동참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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