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녹취록에 국힘도 강경 기류…“용산이 결단할 때”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며 소극적 자세에서 이틀 만에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뒤늦게 강경한 입장으로 바뀐 데는 경찰의 112 녹취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사고발생 4시간 전 이미 사고현장에서 압사를 우려하면서 경찰의 현장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다. 12차례(실제는 11차례)의 급박한 구조신호가 있었다”며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왜 경찰이 잘못 판단했는지, 기동대 병력 등 충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후 “지금은 추모의 시간이지 추궁의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해 왔다.

국민의힘은 애도기간이 끝나면 책임자 문책을 기정사실화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금은 애도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 보호, 위로가 급선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112, 119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112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당도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도부 한 의원은 “용산이 판단하고 결단한 시기 아니겠느냐”며 “결국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용산 대통령실이 결단하고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안전 관리 총 책임자인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과 함께 한덕수 총리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장관은 물론 총리도 책임대상이 들어가는 거 아니냐”며 “수습을 하려면 이참에 확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지금 156명이 죽었는데 장관이 나가고 총리가 나가는 게 뭐가 문제냐”며 “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경찰청장, 서울경청장, 행전안전부 장관이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고, 그러면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로 한 단계 올라가는 건데 컨트롤타워인 총리마저도 부적절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모두가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전날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답변 도중 농담을 하고 웃음까지 지어 비판이 일고 있다.

서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