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 입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 중단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에 대해 연일 ‘친윤’(친윤석열) 등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의원은 23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화방송>(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약식회견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는 당내 비판에 대해 “슬리퍼에 집중을 하다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며 “대통령실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더 강화하는 업그레이드 된 방식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보도를 두고 “악의적”이라고 비판하고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윤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과 결이 다른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안 의원은 당 지도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가급적이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결정을 해야 된다”며 “찬성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7일 “용산(대통령실)의 생각을 100% 그대로 똑같이 한다면 지지층이 확장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일관되고 요구하고 있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논란을 빚은 김은혜(홍보)·강승규(시민사회) 수석을 퇴장시킨 것을 두고 친윤계에서 비판이 나왔을 때도 “퇴장이 적절하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향우 행보를 하고 있는 당 주류와 차별화를 꾀해 수도권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내년 전대에 출마할 예정이다.
특히 같은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당내 “비주류 지위 선점 경쟁”(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와 만나 “안 의원이나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사실상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인 데다, 안 의원의 경우 구도 싸움을 위해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