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등과 면담하고 있다. 전장연 제공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만나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장연과 면담하고 이들의 요구를 경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과 30여분간 면담했다. 전장연은 주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전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법당에서 점거 시위를 벌였고, 주 원내대표가 이 요구에 응하면서 면담이 이뤄졌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불교 신도 모임인 정각회 회장이기도 하다.
면담에서 박 상임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교통약자법이 개정됐는데 아직 저상버스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고, 주 원내대표는 배석한 정호원 수석전문위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게 “외국에서 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저상버스) 기술 개발이 안 돼서 미루는 사정을 파악해서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전장연은 시내 저상버스와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시외·고속버스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에 정부안 대비 약 9780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 중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는 의원이 계시냐”고 물었고 박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의힘은 아직 (없다). 민주당에는 최혜영 의원이 계신다”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메모를 계속하며 경청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주 원내대표는 “전장연 요구안을 예결위 이철규 간사에게 간곡히 요청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도 확인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전장연은 주 원내대표를 만난 뒤 조계사 점거를 풀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면담 뒤 <한겨레>와 통화에서 “장애인 문제에 대해 주 원내대표가 인식을 하게 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면서도 “그럼에도 어떠한 책임을 지겠다는 게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벌여온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를 질타하거나 외면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올해 대선 이후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비문명적” “서울시민을 볼모 삼은 무리한 요구”라고 비난해 논란을 불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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