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국정조사 보이콧 의사를 밝힌 여당 위원들에게 ‘오늘 중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야3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야당 요구를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위원들의 조속한 국조특위 복귀를 촉구한다”며 “오늘 중으로 국정조사 복귀 의사표명을 하지 않을시,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채택에 대한 모든 권한을 야3당에 위임한 것으로 이해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국정조사특위 야3당 의원들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참여 촉구 및 정부의 불성실한 자료제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응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지난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항의해 사퇴한 이후 여야 간 국정조사 논의가 파행을 거듭하자 ‘야3당 단독 국정조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여당이 진정한 (복귀) 뜻이 있다는 게 느껴지면 하루 이틀 조정할 수 있겠지만, 계속 늦춰지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다”며 “여당이 어떻게 진정성을 보이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정조사에 비협조적인 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야3당 위원들은 “국민의힘 위원들이 유가족, 생존자가 청문회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유가족들의 국정조사 참여 보장해달라’고 국조특위에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쪽에선 정쟁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정의당 국조특위 위원인 장혜영 의원은 “온전한 국정조사가 되려면, 유가족의 증인·참고인 출석이 필수적”이라며 “무엇이 무서워 유가족을 나오지 못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은 유가족, 생존자의 증언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위기관리센터의 현장조사를 반대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기본소득당 국조특위 위원인 용혜인 의원은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다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현장조사는 진상조사의 핵심”이라며 “국가 기밀이라 공개가 어렵다면, 언론 없이 국조특위 위원들만 가서 조사하면 된다. 이조차 거부하는 건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인 권칠승 의원도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재난재해 컨트롤타워와 관련된 인프라가 안 돼 있을 것이란 의혹과 추정이 많이들 있어 현장방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제출 요구를 뭉개고 있는 정부의 행태도 도마위에 올랐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인 조응천 의원은 “자료제출 요구를 회피하거나 불성실한 제출로 일관하며 그저 국정조사 기간을 잘 모면해보려는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라며 “앞으로는 법이 보장한 대로 주무부처 장관에 대하여 출석하여 해명하도록 하거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자료제출 거부, 근거 없는 열람조치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지 않고 위원회 의결로 고발하여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국정조사 복귀 요구를 거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국정조사에 합의할 때 예산안 통과 이후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는데 예산 통과 자체가 불명확하고 언제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예산 통과되는 걸 보고 그다음에 민주당이 제시하는 국정조사 내용, 현장조사, 기관 보고, 청문회 이런 것들이 정말 진실을 밝히기 위한 건지 아니면 정치 공세로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프레임으로 갈 건지를 판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만약 국정조사를 다시 참여한다고 하면 제가 (국조특위 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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