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김기현 의원, 권성동 의원. 한겨레 자료 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룰 변경 문제를 두고 안철수 의원·유승민 전 의원과 친윤석열계 당권 주자들 사이에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1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는 당원도 있지만 비당원도 있다”며 “(전당대회 경선룰에서 일반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중을 축소하려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친윤석열계(친윤계) 당권 주자들이 현재 당규상 7 대 3인 당원투표와 일반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9 대 1 또는 10대 0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심판’격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심’을 높이는 쪽으로 경선룰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시사하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비대위원장은 전날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은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당원들의 대표인 당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거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며 당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안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도 “당원 70%와 일반국민여론조사 30% 방식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으면, (역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참여한) 민주당 지지자가 빠진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며 “비당원 국민의힘 지지자의 의사도 민심인데, 이를 역선택이라고 말하는 건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당원 국민의힘 지지자를 배제하고 뽑힌 대표가 총선에서 그분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게 효과가 있을 것 같으냐”고 덧붙였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당대회를 직전에 두고 제기된 경선룰 변경 요구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룰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이를 “축구 한참 하다가 골대 옮기는 것”에 비유하며 “이런 게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아니지 않느냐”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국민의힘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분에게 충성하지 못해서 이 난리냐”라며 “권력에 아부해서 공천받고 떡고물이라도 나눠가려고 그러는 게 아니겠나”라고 직격했다.
반면 강경 친윤계 색채를 강조해 온 김기현 의원은 당심에 방점을 찍은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는 친윤계에 보조를 맞췄다. 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당의 대표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수도권·엠제트(MZ) 세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적임자를 자처하며, 최근 국민의힘 안에서 제기된 경선룰 변경 요구가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유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공상의 세계를 가지고 전제해 설명하는 건 실제하고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선 후보였던 안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도 “대통령 취임 초반에 다음 대권 레이스를 하면서 당을 계속해서 차기 대권(경쟁)으로 몰고 가게 되면 당의 안정성을 해치게 되고 대통령 이외의 또 다른 구심 세력이 생기면서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권성동 의원은 윤핵관을 찍어 전당대회 경선룰 변경을 비판한 유 전 의원에게 “남 탓하기 전에 본인부터 돌아보라”고 반격했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 전 의원은 자신을 떨어트리기 위해 전당대회 룰을 바꾸려한다고 불만을 표했다”며 “자신이 경선 룰에 따라 당락이 뒤바뀔 것으로 믿나 본데 자의식 과잉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결합하면 피해망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5:5(당원 대 여론조사) 룰에, 현역 의원 페널티까지 받은 김은혜 후보한테 패배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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