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2021년 7월 26일 구속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발언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은 면제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창원/연합뉴스
내년 5월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특별사면으로 28일 0시 출감하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역학에 지각변동이 생길지 관심이 모인다. ‘복권 없는 사면’인 탓에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되지만, 정치적 구심점이 없던 친문재인계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세력 결집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지사는 27일 밤 경남 창원교도소를 나와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8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계획이다. 수감 뒤 김해 자택을 처분한 김 전 지사는 이후 서울 자택에 머물며 가까운 이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친문계 핵심’인 김 전 지사가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면서 당분간 야당의 눈길은 김 전 지사의 움직임에 쏠릴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구축된 뒤 숨죽여온 친문계는 김 전 지사의 출소를 기회로 회동하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27년 대선 등에 출마가 제약되더라도, 정치적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와 가까운 당 관계자는 “정치활동을 못하는 건 아니니 의원들의 기대심리가 없진 않다. 당에서 찾아가 보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 당분간은 조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도 “재소기간 동안 공부를 많이 한 인상을 받았다. 출마는 못하더라도 때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경쟁이 돼야 당이 건전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당분간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원과 단체장을 지내며 별렀던 문제의식을 다듬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부풀려지는 걸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운 이들에겐 출감시 마중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공연히 계파 간 긴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대표의 소환조사 등을 앞두고 봉하에 친문계가 집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을 앞두고 지난 14일 부인 김정순씨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사면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자필 편지에서 거듭 무죄를 주장하면서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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