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법무부·공정위원회·법제처)에 참석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이 입장하며 자기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한 검찰 수사권 복원에 이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복원’ 의지까지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권력기관 개혁’ 이 차례차례 뒤집힐 상황에 처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 개혁의 고삐를 강하게 조였다. 국정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선과 총선에 개입하고 극우단체를 지원하는 등 노골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했으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까지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정치개입 근절’과 더불어 국정원 개혁 작업의 핵심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간첩 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국내 정보활동의 빌미가 된 수사 기능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대공수사권을 고리로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초대 국정원 수장인 서훈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국내 정보담당관(IO·아이오)을 전면 폐지했다.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회는 정치개입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불법 행위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직원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등 187명의 찬성 표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진행된 인적·제도적 청산 작업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국정원은 새 정부 출범 뒤 2·3급 고위 간부를 물갈이 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재석 187명 중 찬성 187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적폐청산’을 주도하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렸고, 2018년 정부가 입안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특수부 기능이 유지되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 8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상당 부분 제거하는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이듬해 1월에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4~5월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논란 끝에 통과됐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취임은 검찰권 강화의 신호탄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권한 복원을 시도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활동 기한을 4개월 연장했다. 여야는 사개특위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후속 조처를 논의하게 된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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