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과 미국은 31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맞서 미국 전략무기의 적시적이고 조율된 한반도 전개가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특히 미국은 F-22 등 첨단전투기와 항공모함 전투단 등을 좀더 많이 한반도에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강조했다. ‘확장된 억제’는 동맹이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직면했을 때 미국이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며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주의 미국의 군사능력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종섭 장관도 “양측은 2022년 말 미국의 전략폭격기 전개 하에 시행된 연합공중훈련이 동맹의 다양한 억제 능력을 현시하는 것임에 공감하고, 앞으로도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이루어지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적시적이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가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지난해 스텔스 기능을 지닌 5세대 전투기 F-22와 F-35,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한반도 전개를 언급하며 “앞으로 이런 것을 좀더 많이 할 것이고, 양국 정부간에 협의를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에 ‘한반도 위기가 높아지면 전략무기를 더 자주 더 많이 보내달라’는 요구를 해왔는데, 미국의 고위 안보정책 책임자가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스틴 장관의 이 발언은 대북 경고 메시지이자 국내 일부에서 제기되는 미국 확장억제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처를 △정보공유 △공동기획·실행 △동맹협의체계 실행력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있던 양국 협의 기능·내용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정보공유는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된 정보 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공동기획분야는 올해 가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이전에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하기로 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 지도부의 특성과 북핵·대량파괴무기 위협 등을 고려하여 한반도 상황에 맞도록 최적화한 한·미 공동의 대북 억제 전략이다. 공동실행 분야로는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두 장관은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 확대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두 장관은 또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지난해 11월 3국 정상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이른 시일내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키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한국 핵무장 주장’에는 거리를 뒀다.
이 장관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어제(30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우리 무기 지원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답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스틴 장관을 접견한 윤석열 대통령도 한-미 연합연습의 ‘실전적 시행’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가 올해 전반기 ‘자유의 방패’(프리덤 실드) 연합연습을 최초로 11일간 중단 없이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연합야외기동훈련 규모를 확대해 시행하는 방안을 높이 평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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