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원훈석 앞에서 참모진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취임 뒤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찾아 “국정원의 본질적 책무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거대한 제방도 작은 개미굴에 의해 무너지듯, 국가안보 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의 오판과 도발을 무력화하고 글로벌 정보전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달라”고 지시했다. 2024년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둔 상황에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유지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청사에서 해외·북한 정보 및 방첩·대테러·사이버안보 등에 관한 업무계획을 보고받고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취재진에게 예고 없이 이뤄졌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한-미 연합훈련이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이 이어지는 시점에 국정원을 찾은 윤 대통령은 “분단된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엄중하고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북한·해외·방첩 정보 분석에 적극 접목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지키는 것이 국가안보의 디딤돌”이라며 “국정원이 민·관·군과 긴밀히 협력해 국가 사이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최근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민주노총 등에 대해 ‘공개 간첩 수사’에 나선 것과 맞물려 국정원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방침에 따라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2024년 1월1일 경찰로 이관된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국정원 내부에 대공수사 지원 조직을 만들어 경찰과 공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대통령훈령)을 개정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의 신원조사가 필요할 경우,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며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은 뒤 직원 100여명과 한 대화에서 “대한민국 정보기관은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정보에서 2등, 3등은 의미가 없다”며 “유능하고 강한 정보기관이 될 때 동맹국·우방국들과 심도 있는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적힌 원훈석 앞에서 참모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방명록에는 “자유 수호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을 굳게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국정원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전 정부에서 사용하던 신영복체의 원훈석(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을 1961년 6월 중앙정보부 설립 당시의 원훈석으로 교체한 바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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