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반란’은 없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상 역대 최대였던 55.1%의 투표율은 결국 ‘김기현 대세론’을 선택했다. 하지만 ‘친윤계 유일 후보’임을 앞세워 당선된 김 대표에게는 대통령실과 당의 균형 잡힌 관계를 정립하고, 갈라질 대로 갈라진 ‘당심’을 추스르며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등 적잖은 과제가 쌓여 있다.
김 대표는 8일 전당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당원들의 획기적 지지로 결선 없이 1차 관문을 통과시켜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득표율은 52.93%(24만4163표)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보다 당원 수가 27만명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받은 표(57.75%, 21만34표)가 사실상 온전히 옮겨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다.
김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한나라당 대변인과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을 지낸 4선 의원이다. 2021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당선된 뒤 이준석 당대표와 호흡을 맞춰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해 당내에서 가장 먼저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낮은 인지도’로 한동안 고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김-장 연대’를 형성하면서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 이후 윤핵관들은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등 유력 경쟁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가지치기’에 나섰고, 윤 대통령도 김 대표와 두차례 만찬을 하며 힘을 실었다.
당대표 당선의 핵심 비결이었던 ‘윤심’, ‘윤핵관의 그늘’은 김 의원이 극복해야 할 첫번째 과제이기도 하다. 당 안에선 당이 ‘용산 출장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이 대통령실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건강한 당정 관계’를 김 대표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윤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자신의 우군을 만들어서 독자적인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때 치열한 비방전을 하며 형성된 ‘친윤’ 대 ‘반윤’ 구도를 극복하며 ‘원팀’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김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하나다. ‘연대·포용·탕평’의 연포탕으로 나아가겠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황교안·안철수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에 ‘울산 땅 시세 차익 의혹’과 ‘대통령실 행정관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후보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그러나 낙선 뒤 페이스북에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적었다. 황 후보는 전당대회가 끝난 뒤 ‘김 후보에게 의혹을 지속 제기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그 길을 갈 것”이라고만 답했다.
‘윤심 공천’에 대한 당내 불안감은 최대 뇌관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총선 공천 때 대통령 의견도 듣겠다”며 ‘윤심 공천’에 대한 의구심을 부채질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만 30명이 총선 채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꽉 막힌 대야 관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됐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입법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 사업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티에프(TF)까지 구성해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나섰다. 3월 임시국회 내에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및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 법안)도 예정돼 있다. 김 대표는 “내일이라도 당장 이재명 대표를 찾아뵙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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