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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직할체제’ 국민의힘, 총선 승리까지 거머쥘까

등록 2023-03-12 07:00수정 2023-03-12 21:35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71
‘윤석열 사령관’의 여당 직할체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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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한 3·8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전당대회였습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보이는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김기현 의원을 새 대표로 일찌감치 점지하고, 경쟁자들을 한달에 한명씩 차례차례 제거했습니다.

경선 규칙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서 “전당대회 규칙을 변경할 거면 당원투표 비중을 (70%에서) 100%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민심에서 앞서가던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1위로 올라서자, 윤석열 대통령은 1월13일 그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 대사직에서 ‘해임’해, 주저앉혔습니다.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가 앞서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해진 윤석열 대통령은 2월5일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습니다.

차라리 김기현 대표 지명대회를 하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을 받아들였습니다. 대표는 물론이고 최고위원들까지 전원 친윤석열 일색으로 채워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해 축사했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됩니다.”

앞으로도 당내 비윤, 반윤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였습니다. 그리고 축사 마지막 부분에 원고에 없던 두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선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합니다.”

자신의 무리한 경선 개입을 어떻게든 좀 무마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대체 왜 이렇게 여당 지도부 경선에 무리하게 개입했을까요?

첫째, 단기적으로는 총선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안에 친위 세력을 구축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 검사 출신 법조인들, 그리고 현 대통령실 참모들을 대거 공천해야 합니다.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등 대선 주자들이 대표가 되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김기현 의원이 가장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입니다. 검찰과 검사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사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우리나라 공직자 중에서 직접 수사 경험이 있는 특수부 검사들이 가장 우수한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때 주요 보직을 특수부 검사들로 채웠습니다. 대통령 취임 뒤 모든 분야에 특수부 검사 출신들을 줄줄이 기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장기적으로는 국민의힘 재집권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장면입니다. 2027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해 정권을 잃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됩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2027년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을 ‘윤석열 최고사령관’ 중심의 전투체제로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직의 효율성과 일사불란한 지휘 통솔 체계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3월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당대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3월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당대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자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판단과 계산이 옳은 것일까요?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1992년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2002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2012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세 차례입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임기 말이라 국정 평가가 나쁠 수밖에 없는 현직 대통령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 차례 재집권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저는 현직 대통령과 여당 후보의 갈등, 여당 내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투쟁이 비밀의 열쇠였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1992년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후보의 사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민자당)에서는 민정계와 민주계의 권력투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990년 11월 내각제 합의 각서가 공개되자 김영삼 대표는 당무를 거부하고 마산으로 내려가 칩거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김윤환 의원을 보내 내각제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992년 한준수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가 나오자 노태우 대통령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했습니다. 박태준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정계 의원들도 탈당했습니다. 김영삼 후보는 “노태우는 나의 당선을 두려워했다”며 “탈당은 나의 당선을 방해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해석했습니다. 선거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 취임식 당일까지 두 사람은 아예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재임 중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습니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는 개인적으로 사이가 무척 좋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에 국정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노무현 후보는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그 이전에 벌어진 여권 내부의 갈등과 권력투쟁 덕분에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새천년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2000년부터 권노갑 최고위원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등 정풍운동을 벌였습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11월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했습니다. 민주당은 개혁 방안으로 상향식 대선 후보 경선을 도입했고, 노무현 후보가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꺾을 수 있었습니다. 대선에서 이긴 뒤 소장파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2007년 경선 후유증으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내 심각하게 대립했습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한 한나라당 공천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결국 저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본회의장 반대 토론으로 무산됐습니다. 한나라당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했고 정권을 넘겨줄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불러 새누리당을 창당했습니다. 2012년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2012년 12·19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했습니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오히려 재집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현직 대통령과 대립하는 당내 비주류 세력이나 대선 후보가 야당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야당은 존재감이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여권 내부 갈등이 있다고 해서 다 재집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1997년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는 최악의 관계였지만 재집권에 실패했습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권 내부 갈등은 재집권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는 의미입니다.

평산마을 사저의 책장 앞에 선 문재인 전 대통령. 한길사 제공
평산마을 사저의 책장 앞에 선 문재인 전 대통령. 한길사 제공

여러분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10년 집권 공식을 깨고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저는 여권 내부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는 비주류가 없었다는 점도 재집권 실패의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민주당 안에서는 ‘내부 총질’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당정 분리를 하다가 당내 갈등이 너무 심각했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악몽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을 향해 강성 권리당원들은 좌표를 찍고 문자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민주당에는 비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의원들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내부 비판 목소리가 없는 조직이 건강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민주당 안에 반문재인이나 비문재인 성향의 비주류 세력이 존재했더라면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에서 친윤석열 일색의 지도부를 구축했습니다. 일사불란한 조직은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정당의 생명은 효율성이 아니라 다양성과 확장성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승자의 저주’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재집권을 원한다면 당내 비주류, ‘개혁적 보수’의 생존 공간을 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자신을 위하는 길입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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