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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돈봉투’ 위기감 커지는 민주…당내서도 “범죄집단 전락”

등록 2023-04-17 05:00수정 2023-04-17 18:01

부랴부랴 자체 진상조사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마주한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불안감과 위기감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당은 16일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민주화의 역사가 다 무너지고, 민주당이 범죄집단으로 전락했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송영길 전 대표가 당선됐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진상 규명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당의 여러 기구가 있는데 적당한 기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검찰이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일 때만 해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국가안보실 관계자 도·감청 정황과 관련한 국면 전환용 수사라며 반박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핵심 관계자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서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4월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의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이 강아무개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국회의원과 지역상황실장 등 40명에게 50만~300만원씩 모두 9400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의심한다. 송 전 대표는 전대에서 35.60% 득표율로 35.01%를 얻은 홍영표 의원을 0.59%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당 안에서는 진상조사위 결과를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있다.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속도감 있게 조사한 뒤 지도부가 (연루자들을) 읍참마속 할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돈봉투 사건 자체 조사라는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이상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전원 외부 인사로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 통화에서 “현역 의원에게 돈을 뿌리는 관행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며 “오래전 특정 캠프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의원 연루 사실이 확인 안 됐기 때문에 당이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당 분위기는 엄중하다.

여러 의원들은 프랑스에 머무는 송 전 대표가 속히 귀국해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어쨌든 사건의 근원이 송 전 대표 아니냐”며 “송 전 대표가 귀국해서 명백하게 흰 것은 희다, 검은 것은 검다고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자에 대한 출당론도 거론된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이 또 진짜 화나지 않게 좀 더 솔직하고 상식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돈봉투를 돌린 사람들에 대한 출당론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5월27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nbsp;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2022년 5월27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부에서는 최근 가라앉은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의 계파 갈등이 전대 돈봉투 사건으로 다시 불거질지 우려한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 뒤 송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후보로 공천받아 당선됐다.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사과하고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 징계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두 사람이 가까워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것 때문에 진상조사에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사적 관계가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이참에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당 안에서는 당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수사와 기소는 윤석열 정부에 의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명분을 세울 수 있지만, 전대 돈봉투 의혹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의 도덕성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폭발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다선 의원은 “유구무언이다. 민주화의 역사가 모두 무너져 내렸다”며 “민주당이 범죄집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의혹이 사실이라면 돈봉투 지급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연루된 현역 의원이 10명이라는 보장도 없고,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라는 간판도 내려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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