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탈당 의사를 밝힌 윤관석(왼쪽)·이성만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3일 자진 탈당했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의원총회에서는 사건이 불거진 뒤 3주가 지나도록 단호한 조처를 하지 않은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모든 의원을 대신해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두 의원의 탈당으로 이번 사건이 끝났다거나 어려움을 넘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은 당내 선거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철저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 동안 20여명이 발언한 의총에서는 당의 도덕성을 통째로 흔든 전대 돈봉투 의혹 사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송영길 전 대표 귀국 과정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 파일에 등장한 윤·이 의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의원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도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부담을 줄이려면 두 의원을 탈당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제기됐다.
결국 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 뒤늦게 두 의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는 이 과정에서 두 의원과 접촉해 결단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날 의총에서 발언에 나선 한 의원은 “민주당이 더 절박하고 더 중대하게 이번 사안을 다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엄중하게 사안을 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의원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지금이라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태가 어디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10∼20명에게 돈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도 스스로 고백하고 근신하겠다고 밝혀야 그나마 당이 의혹을 털어낼 수 있다”며 “그냥 입을 닫고 있으면 돈봉투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은 탈당하는데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은 뭐 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사안을 가볍게 보거나 두분(윤관석·이성만 의원) 탈당으로 이 사안이 종료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더 관여된 분들이 발견될 수 있을 텐데 (당 지도부의) 엄정한 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앞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1당으로서 시스템 원칙의 기준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말씀을 주신 분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차례 나눠 토론하는 것보다 의원 전원이 1박2일 정도 긴 토론 시간을 갖고 결론까지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다는 의견이 많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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