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배지현의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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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에 출입증과 전용 케이스 관련 공지를 했다. 대통령실은 “기존 출입증을 반납한 후, 신규 출입증과 전용케이스를 수령하라”며 “출입기자 ‘전용 케이스’를 출입증과 함께 패용해야 청사 내 출입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기자들은 대통령실 직원들과 다른 노란색 출입증 전용 케이스를 받았다. 대통령실 직원들도 출입증과 케이스를 교체했는데, 색깔은 남색이었다. 경호처 직원은 카키색이었다. 케이스만 보면 금방 기자인지 대통령실 직원인지, 이른바 ‘피아’ 식별이 가능하게 됐다. 기자들 사이에선 “대통령실과 프레스센터가 한 공간에 있다고 홍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출입증 케이스로 피아식별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누리집에는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은 새로운 시대의 출발이자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실’을 구현하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현실은 약속과 달랐다. 소통의 첫 시작인 언론과의 관계는 지난해 11월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이 멈춘 뒤 원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출퇴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던 1층 로비에는 청사 리모델링 이후 단단한 벽이 설치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 새해 기자회견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모두 건너뛰었다.
대신 대통령실의 ‘소통’은 한방향으로 흐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용산 어린이정원 행사에서 “(참모진에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뭐를 했다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해놨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지난 1년 성과를 부각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엔 국정운영 비전이 담긴 ‘국민공감’ 미디어아트 영상을 서울 시내 곳곳 전광판에 띄웠다. 이 영상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우주·방위·수출·첨단기술 등의 성과를 담은 것으로, 윤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이름표를 착용한 우주비행사도 등장한다.
지난 1년의 성과를 홍보하는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영상도 지난 8일 올렸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나라가 이렇게 바뀌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소책자도 배포했다.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1년 성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찰이 빠진 홍보에만 치중하는 것은 또 하나의 불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은 지난 1년의 성과 못지않게 앞으로 남은 4년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묻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해 3월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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