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요청 등 후속 조처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여론에 등 떠밀린 윤리특위 제소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크니 이번엔 실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지만, 당 지도부는 현실성과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18일 <한겨레>에 “당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지지율은 계속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권익위에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여부 전수조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인 17일엔 민주당 86세대 정치인이 주축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가 입장문을 내어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현황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요구의 배경엔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 당시 민주당이 권익위에 먼저 전수조사를 요청했던 ‘경험’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선뜻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요청해도 (가상자산의) 익명성 탓에 기술적 한계가 있는데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위원장이 있더라도 윤석열 정부에 전수조사를 맡길 경우 당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정무적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도 선제적인 ‘자진신고’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지난 17일 국회의원 전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과 변동내역을 인사혁신처에 자진 신고하게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에 이어 전날 민주당도 김남국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면서 김 의원의 징계 수위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법상 국회의원 징계는 공개경고,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의원직 제명의 4가지다. 국민의힘에선 벌써부터 제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명을 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을 합해도 121석이어서 민주당(167석) 의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비명계에서도 “제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징계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징계안 숙려기간(최대 20일)과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최대 60일) 절차에 최대 80일이 소요되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아예 건너뛰자고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기간 단축’은 협의해보겠다는 태도다.
징계 사유에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4조 ‘직권남용 금지’가 포함될지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제출한 김 의원 징계안에 이를 적시했지만, 민주당은 “확인되지 않은 사유”라며 징계안에 이를 넣지 않았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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