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광온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기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 5일 첫 보도가 나온 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진상조사와 징계를 미적댄 데 이어 김 의원의 탈당까지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12일 만에야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윤리특위는 김 의원 징계 논의를 시작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민주당이 ‘국회의원 김남국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징계안에서 “(김 의원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 관련 의정활동을 해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위를 했다. 2023년 3월경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시간에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등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당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며 김 의원의 윤리특위 제소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도부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 결의문에 ‘김남국 윤리특위 제소’를 담지 않은 것을 두고 제소를 주장한 여러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가 김 의원을 감싼다”며 반발이 거세지자 기류가 달라졌다. 민주당이 윤리특위 제소 결정이 “이 대표의 제안”(이소영 원내대변인)이라며 그의 의중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 활동 시간에 코인 거래한 것은 김 의원이 인정했다. 공직자 윤리규범을 엄중하게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이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묻기 위해 윤리위 제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은 전했다.
진상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김 의원이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에 두차례 출연해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당 안팎의 여론이 크게 악화한 것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김 의원 투자 관련 회사들을 상대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며 당 진상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윤리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김 의원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이미 지난 8일 김 의원 징계안을 제출한 국민의힘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계신 만큼,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최대 60일) 절차를 생략하고 본회의에 바로 제명안을 올리자. 숙려 기간 20일도 건너뛰자”(이양수 의원)고 주장했다. 국회법상 국회의원 징계안은 20일 숙려 기간을 거친 뒤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후 윤리심사자문위 심사 뒤 징계심사 소위, 윤리특위 전체회의 등의 심사와 의결을 거친 뒤 본회의에서 징계안이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최대 80일이 걸리는 이런 절차를 단축해, 김 의원을 빨리 징계하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순 없다. 잘못했다고 마녀사냥하는 건 적절치 않다”(송기헌 의원)고 맞섰다. 윤리심사자문위 심사는 법으로 보장된 징계 대상자의 권리이므로 이를 보장해야 하고, 그래야 추후 논란의 소지도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민주당은 숙려 기간과 심사 기간 단축은 논의해볼 수 있다는 태도다. ‘절차 합의’를 거치더라도 두 당은 징계 수위를 두고 옥신각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 4가지다. 이날 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은 “신속히 제명해야 한다”(임병헌 의원), “지저분한 여러 언행을 보면, 김 의원은 저희 당 기준에선 여기(윤리특위에) 올라오기 전에 사퇴했어야 한다”(엄태영 의원)고 주장했다. 그러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법적인 처분 절차를 할 때 결과를 내놓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주 후진국, 옛날 봉건시대 나라나 그렇게 한다”고 반박했다.
21대 국회에 접수된 징계안 39건 가운데 실제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입법 당시 위원장석을 점거해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유일하다.
임재우 이우연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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