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개념의 ‘투자’는 어떤 기업에 자본금을 빌려준 뒤 그 기업이 성장했을 때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행위다. 주식 투자가 대표적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를 해서 그 기업이 수익을 내면 그에 따른 적정한 대가(배당금)를 받는다. 기업이 성장하면 고용도 창출하고 세금(법인세)도 많이 내기 때문에 투자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도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투자는 사적인 행위이지만, 그 결과는 공익에도 미친다.
하지만 가상자산인 코인 투자는 이런 전통적인 투자와 거리가 멀다. 코인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도 관계가 없고, 일자리도 만들지 못한다. 공익과는 전혀 관계없는 오로지 사적인 투자 행위다. 오히려 코인은 ‘익명성’과 ‘탈중앙화’라는 특성으로 자금 추적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자금세탁이나 탈세, 온라인 성범죄 등에 많이 이용된다. 3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엔(n)번방 사건’(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범과 가입자들도 코인으로 결제를 했다.
김남국 의원(무소속)의 ‘수십억원대 코인 투자’가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달 1000만원씩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코인 투자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다. 김 의원은 특히 투기성이 강한 ‘김치코인’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36억원어치의 위믹스 코인을, 출시된 지 한달도 안 된 신생 코인으로, 그것도 무려 15억원이나 밑지는 조건(21억원어치)으로 교환했다. 이 거래를 두고 ‘신생 코인에 대한 시세조종 시도’ 또는 ‘내부자 거래’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샀다.
김 의원의 한심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이처럼 수상한 코인 투자에 나선 시점(2022년 2월16일)은 20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다음날이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핵심 측근인 ‘7인회’ 멤버였다. 그는 이 후보의 경선 캠프 때부터 수행실장을 맡을 정도로 이 후보의 신임이 두터웠다. 대선 후보는 ‘검찰 정권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전쟁 같은 대선을 치르고 있는데, 측근은 코인 투자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걸까. 그런 태도로 대선에서 이기길 바랐던 걸까.
이춘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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