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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주당이 더 도덕적이어야 하는 이유

등록 2023-05-17 18:31수정 2023-05-18 02:07

민주당은 수십년 동안 불의와 부패에 맞서 투쟁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민주당을 국민은 ‘그래도 좀 착한 사람들’이라고 봐줬다. 그게 바로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민주당이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국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헌법 46조 1항 그대로다.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이다.

두 조항은 1980년 5공화국 헌법부터 들어갔다. 개정 이유는 “부정부패·방종 요소를 배제하여 도의 정치를 확립하고 사회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하여”였다.

46조 3항은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이다. 1963년 3공화국 헌법부터 들어갔다.

2009년, 2014년, 2017년 국회 개헌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 국가 이익 우선, 지위 남용 금지를 규정한 헌법 46조는 폐지나 개정 의견을 낸 적이 한번도 없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도 마찬가지였다.

헌법 46조의 목적은 명확하다. 청렴하지 않은 사람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공직자윤리법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목적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 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당연히 적용 대상이다.

공직자윤리법 2조는 “국가는 공직자가 공직에 헌신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생활을 보장하고 공직 윤리의 확립에 노력하여야 한다”이다. 국회의원은 연봉 1억5천만원 정도의 ‘세비’(수당)를 받는다. 국회의원에게 급여를 이렇게 많이 주는 것은 세비 이외의 돈벌이를 하지 말라는 주권자의 명령이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은 ‘2023년 정기 재산변동 신고 안내서’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한 경우 변동요약서 작성 시 재산 증감 사유 부분에 해당 통화 보유 수량 및 취득가액, 평가액 기준 등을 기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남국 의원은 기재하지 않았다. 기재하지 않은 것이 불법은 아니다. 가상자산을 기재하지 않은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은 1천만원 이상의 현금이나 주식, 500만원 이상 귀중품을 등록 대상 재산으로 정하고 있다. 가상자산도 엄연히 재산이다. 그 정도 액수가 넘는 가상자산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은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김남국 의원 사건 때문에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이 도덕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틀렸다. 민주당은 도덕적이어야 한다.

민주당은 1955년 신익희·조병옥·장면 등이 창당한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승만 독재와 싸웠고,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 독재와 싸웠다. 수십년 동안 불의와 부패에 맞서 투쟁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민주당을 국민은 ‘그래도 좀 착한 사람들’이라고 봐줬다. 그게 바로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그런 민주당이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5년 만에 넘어간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조국 사태로 인한 위선 논란이 컸다고 본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자성도 좋지만 지금은 정부·여당과 잘 싸우는 것이 중요한 때다. 한명씩 다 날아가기 시작하면 누가 당을 위해 앞장서서 싸우겠느냐”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그것도 틀렸다. 도덕성은 도덕성이고, 대여투쟁은 대여투쟁이다. 국민은 민주당의 도덕성과 대여투쟁을 따로따로 계산한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묻는 기자들에게 “김현아 의원 사건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제1 야당 대표답지 않은 대응이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김남국 의원 사건에 대한 미온적 처방을 낳았을 것이다.

70년 전통의 민주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재명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책임이 있다.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사건이 끝이 아니다. 다른 사건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칼자루는 검찰이 쥐고 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잘라내야 한다.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총선 승리도 없고 대선 승리도 없다. 도덕적이지 않은 민주당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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