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서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화상으로 연결해 국내 수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내 수해 중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17일 여야가 ‘컨트롤 타워’ 부재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제헌절 경축식 뒤 기자들과 만나 ‘수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는 물음에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민생을 생각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한 발언에 관해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수재 중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예보로 예견됐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 주무 장관 전부 자리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실상 컨트롤 타워 부재로 국가가 없다는 걸 이재민들이 실감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은 일정을 무리하게 연장하며 국내 상황을 외면했다.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윤 대통령의 태도는 분별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적극 반박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와이티엔>(YTN)에 나와 “현지시간으로 지난 금요일(14일) 저녁 8시에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탔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대규모 피해는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탔던 시각이 금요일 저녁 8시 정도로, 서울로 치면 토요일(15일) 새벽 2시 반이나 3시 정도였다. 그때까지는 오송터널 (참사) 초기이거나 아직 보고받기 전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초대한 2차대전 기념관 일정도 부득이 취소하고 조금 빨리 떠났다”며 윤 대통령이 귀국을 서둘렀다고 했다. 그는 <연합뉴스 티브이(TV)>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열차를 타고 들어가게 돼 중간에 돌릴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순방국) 현장에서 실시간 보고도 받고 화상회의도 하면서 중요한 지시를 했다”며 “좁쌀 같은 눈으로 계속 흠집 내기, 트집 잡기에만 골몰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계신 모든 곳이 상황실이고 집무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묻는 물음에 한 답을 차용한 것이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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