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자에서 친미 반북 이데올로기 전사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삶의 궤적은 극에서 극으로 이동했다. 중간지대를 찾기 힘든 전향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경남 진주 출생인 김 후보자는 진주고(1975~1978년)와 서울대 외교학과(1978~1982년)를 졸업했다. 그는 주한미군 8군에서 ‘영문타자병’으로 복무하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전역(1982년 7월13일~1984년 7월19일)했다.
그는 1984년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 ‘녹두’를 세워 대표를 맡았다. 1987년 4월 소련 사회과학원에서 펴낸 <세계철학사>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이산하 시인의 대서사시 ‘한라산’이 실린 부정기간행물 <녹두서평> 등을 펴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세계·사계절·동녘·거름 등의 출판사 대표들과 함께 구속됐다. 그는 1987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1980년대 중후반 반군부독재 출판·학술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던 셈이다.
그러던 그는 31살이던 1990년 1월26일 미국 유학길에 올라 보스턴대 국제정치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버지니아대 대학원(1991년 9월~1996년 5월)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반인의 ‘국외여행 자유화’ 조처가 1989년에야 이뤄진 터라 미국 유학이 쉽지 않던 때였다. ‘형 집행유예, 자격정지’ 기간에, 더구나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어떻게 미국에 갈 수 있었는지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보좌관이던 대학 스승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신원 보증’을 섰다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김 후보자는 “유학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고만 국회에 답변했다.
미국 유학 뒤 귀국한 그는 ‘친미·반북 이데올로그’로 표변했다. ‘극’에서 ‘극’으로 전향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1999년부터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는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유튜브 방송도 한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수입 3억7239만2496원을 올렸고, 이 가운데 소득은 9104만8235원(슈퍼챗 수익 1314만6204원 별도)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가 국회에 제출한 논문 목록을 보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이후 학계에서 공인하는 학술지(등재지)에 발표한 학술논문은 한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자와 노재봉 전 총리는 2013년 이후 매주 만나 함께 공부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17년 1월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 대 진보라는 허구적 개념에 반대하며 전체주의와의 싸움을 선언한다”며 창립한 ‘한국자유회의’를 주도한 ‘사상의 동지’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냈다. 그는 위반에 대한 구체적 해명 없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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