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정권 타도’ 주장 등 통일부를 이끌기에 부적절한 대북관을 보여온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논문집에서 “조선은 근대국가로 거듭나지 못해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과거사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1절 기념사와 맥을 같이 하는 역사인식이다.
김 후보자는 2008년 대표적인 뉴라이트 연구자인 안병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등과 논문집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을 공저했다. 김 후보자는 ‘국가론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 건국의 특징과 의의’라는 글에서 “구한말 조선은 서구의 팽창에 직면해 근대국가로 거듭나지 못하였기에 메이지유신을 통해서 근대국가로 변신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680쪽)며 “구한말처럼 세계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690쪽)고 밝혔다.
이는 19세기 후반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지 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식민사관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명백한 강제침탈을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에 원인이 있다는 논리다. 김 후보자는 2005년 뉴라이트 학자 모임인 ‘뉴라이트싱크넷’ 운영위원장을 맡고,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 교과서 집필을 목표로 한 ‘교과서 포럼’에도 참여하며 뉴라이트식 사상적 자원을 제공해왔다.
특히 김 후보자가 논문집에서 “세계사적 차원의 변화”를 언급한 대목은 식민사관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1절 기념사와도 유사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영호 후보자와 같은 극우 유튜버들의 생각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은 반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인 인식을 가진 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극우 세력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듯한 김 후보자의 통일관도 이 논문집에서 재확인됐다. 같은 글에서 김 후보자는 “국가론의 관점에서 볼 때 통일의 기준은 낭만적 민족 개념이 아니라 정치체제의 동질성 여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두 개의 이질적 정치체제가 전근대적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연합국가 혹은 연방국가를 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제사회는 (…) 남북한 사이 정치발전과 경제력 면에서의 현격한 차이를 볼 때 한국이 한반도 통일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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