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9일 경기도 양평군청 근처에 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경기 양평군 공무원들이 시행자·시행기간이 변경된 사실을 숨긴 채 상부 결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로 지난 6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공무원 3명 가운데 1명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바뀌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을 보면,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맡고 있던 양평군청 도시과 소속 공무원 ㄱ씨 등 3명은 애초 2014년 11월로 예정돼 있던 공흥지구 사업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2016년 6월에야 사업 시행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시행자·시행기간·시행면적 변경을 신청하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스아이엔디는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설립한 업체로, 최씨의 아들이자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아무개씨가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은 상태다.
검찰은 ㄱ씨 등이 ‘도시개발구역 지정, 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다시 거칠 경우, 절차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준공을 앞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시행기간 만료 뒤 진행된 사업의 위법성 등을 인식’해 관련 절차를 누락하고 문서 조작을 공모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이들이 상부 보고를 위한 검토보고서에 시행자·시행기간 변경에 대해선 누락한 채 “양평 공흥지구 지적측량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도시개발구역 및 실시계획인가를 변경하는 사항”이라고 적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아울러 이들은 보고서에 “주민·의회 의견 청취 미대상이며 관계부서 등 협의를 득한 결과 특이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적었다. 시행자·시행기간을 변경하는 경우 도시개발법상 관계기관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건너뛰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3명 가운데 1명인 양평군 국장급 공무원 ㄱ씨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제안한 양평군 쪽 총괄 책임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양평군 등과 ‘관계기관 1차 협의’를 진행했는데, 양평군은 이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마친 ‘양서면 종점안’과 함께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병산리 종점’ 등 세 가지 노선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줄곧 양평군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강상면 종점안을 최적안으로 택했다고 밝혀왔다.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의 형제자매, 모친 최은순씨는 강상면 일대에 축구장 3개 넓이(2만2663㎡)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땅은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부와 불과 500m 거리다. 사진은 지난 6일 촬영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1002-32 김건희 일가 땅 부지.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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