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78돌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이들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복절에 ‘통합’을 강조하기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공산주의 추종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분열’과 ‘적대’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과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를 향한 과거 직시와 성찰 요구는 전혀 없이, “일본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반국가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시민사회, 노동단체, 언론 등을 망라해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시민사회의 허위 선동을 정치권이 재확산하고,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가짜뉴스로 보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행태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임에도 일본 정부를 향한 과오 직시와 성찰, 반성 요구는 이번에도 없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북한 핵·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해 내놨던 ‘담대한 구상’(북 비핵화 시 경제지원)을 짤막하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분열과 선동의 경축사였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유신 독재 시대를 살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며 “경축사는 극우 유튜브의 독백이나 다름없었다”고 논평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민족이 힘을 합쳐 이룩한 독립과 해방을 경축하는 광복절마저 분열과 선동의 장으로 만들었다”며 “경축사는 야권, 시민사회, 노동계를 향한 선전포고다”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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