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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미 ‘반중 노선’ 올라탄 한국…대만 유사사태·반도체 금수 ‘덫’에

등록 2023-08-21 05:00수정 2023-08-21 13:53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려고 로렐 로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려고 로렐 로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며 중국에 의한 긴장 고조에 우려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의 뒤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는 회의 주최자인 바이든 대통령의 혼자 생각이 아니다.

3국 정상회의 공식 합의 문건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원칙)에선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힘에 의한 또는 강압에 의한 그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이번 3국 정상회의의 결과를 담은 ‘정상 공동성명’이자 또 다른 공식 합의 문서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정신)은 반중 기조를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

‘정신’은 한·미·일 3국에 위협이 되는 주변국을 ‘중국→북한→러시아’ 순으로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13일 발표된 3국 정상의 첫 공개·공식 합의 문서인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프놈펜 성명)의 ‘북→러→중’과 순서가 다르다. 중국의 비중이 3순위에서 1순위로 높아졌다.

또한 ‘중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은 프놈펜 성명과 달리 이번 ‘정신’에선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지적하곤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정상선언에 마침내 ‘중국 반대’가 적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연합뉴스티브이(TV) 인터뷰에서 “8월초 중국이 필리핀의 민간 선박에 물대포를 쏴서 아주 위험한 상황을 만든 적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한미일이 의기투합해서 (중국이 문건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3국 정상의 반중 선언은 남중국해 갈등에 멈추지 않는다. 군사와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군사 영역에서 3국 정상은 “북 핵·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력’ 방안을 쏟아냈다. 3국 정상은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 추진”과 “2023년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에 합의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2016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자 중국이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시도라며 격하게 반발해 한-중 관계가 아직도 ‘정상화’하지 못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20일 “미국의 동북아 역내 미사일방어(TMD) 체계 구체화 시도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엠디 체계 편입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지 않으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그렇게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3국 정상은 ‘정신’과 ‘원칙’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반복해 강조했다. 그런데 한·미·일이 중국과 수교 때 약속한 중국의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방침을 존중한다는 표현은 재확인하지 않았다.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듭된 공언, “대만 유사사태는 일본 유사사태”라는 일본 정부의 인식에 비춰볼 때, 한국이 ‘대만 유사사태’에 연루될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3국 정상은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 시범사업을 출범시키고자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첨단반도체 제조장비,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9일엔 양자컴퓨팅·인공지능·첨단반도체 3개 분야에서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터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첨단반도체의 양대 핵심 생산·수출국이다. 요컨대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은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려는 미·일의 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미·일의 강력한 가치연대”(공동 기자회견)를 외치며 미·일의 노골적 반중 노선에 합류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국내 여론과는 사실상 반대 방향이다. 지난 17일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응답자들은 ‘한-미 동맹 강화’(41%)보다 ‘미-중 사이 균형외교’(54%)를 선호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념을 얻는 대신 실리와 국익을 잃을 위험이 큰 들러리 외교”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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