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24일에 바로 출석하겠다고 밝혔으나, 검찰이 ‘30일 출석’을 요구해 이날 출석은 무산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제3자 뇌물 혐의로 이 대표에게 ‘다음주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북한 쪽이 요구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모두 800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이 대표는 “내일(24일) 오전에 바로 조사받으러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예정된 수사 및 재판 일정을 고려해 이 대표 쪽에 30일 출석을 요구했고, 그 일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즉각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검찰이 (국회) 비회기 영장 청구를 끝내 거부하고,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에 방탄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시커먼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쪽은 최대한 빨리 출석할 수 있도록 검찰과 조율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다면 지난 17일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것을 포함해 다섯번째다. 검찰의 ‘30일 출석’ 통보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 중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영장 청구) 시점에 따라서 방식은 달라지겠지만, 결론적으로 당당하게 나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이 대표는) 여기에 어떤 단서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국회 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영장심사에 응하겠다는 이 대표 의지가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되면, 이 대표가 의지가 있더라도 영장심사에 응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최근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한 점에 비춰볼 때,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 대표 쪽은 보고 있다.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첫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때 당내에서 상당수 가결 또는 기권표가 나왔던 점에 비춰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 대표 쪽 다른 관계자는 친이재명계 의원들 일부가 “부결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지지층 달래기용에 가깝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앞장서서 체포동의안의 ‘당론 가결’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가결 요청을 하지 않고, 물밑에서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대표의 공개적인 가결 의사 표명이 없다면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대표의 진정성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의 공개 선언을 바라고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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