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2023년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가시권에 들면서 민주당은 폭풍 전야 분위기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방향을 둘러싼 계파 간 충돌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당내 백가쟁명은 물밑에서 들끓는 모양새다. 2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둔 의원들의 복잡한 속내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 9명은 28일 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연 워크숍 비공개 분임토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전망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이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가 민주당과 검찰의 신경전 속에 9월 정기국회 기간으로 밀리면서 체포동의안 표결은 거의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친이재명(친명)계 최강욱 의원은 ‘부당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서는 안 된다’며 부결을 점쳤다고 한다. 반면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영배 의원은 ‘지난 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와는 표 분포가 다를 것’이라며 가결 전망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이밖에 여러 법사위원들은 “강력한 부결 의견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가결을 전망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법사위에 친명계가 다수인데도 가결 예상이 더 많아 의외였다”고 전했다. 당 안팎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친명=부결, 비명=가결’ 등식이 성립하지 않은 것이다.
친명계 김의겸 의원 역시 ‘부결표가 더 적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당내에서 먼저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공언을 뒤엎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공인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만한 명분과 여건을 제공하자는 주장이다. 이 의견에는 일부 의원들이 동조했다고 한다.
이날의 예측은 체포동의안 처리를 둔 당내 복잡한 찬·반 지형의 축소판 격이다. 한 의원은 “단순히 친명·비명 등 계파 구분으로 부결·가결 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 친명계에서도 ‘이 대표에게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반 정도는 된다. 결국은 이 대표의 결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9월 정기국회 내 체포동의안 표결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당 내홍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2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해주면 영장심사를 받겠다’고 딱 정리했어야 한다”며 “이 대표가 일절 반응을 안 보이니까 자꾸 (부결을 원한다는 의심이) 모락모락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민께 드리는 8대 약속’ 결의문을 채택하며 1박2일에 걸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결의문에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로부터 주권 보호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국민 생명·재산 보호 △양당 독식 완화 위한 선거제도 개혁 추진 등이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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