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안에 오염수 보관 탱크들이 설치돼 있다. 도쿄전력은 24일부터 바닷물에 희석한 오염수에 대한 방류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30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명칭을 ‘오염 처리수’로 바꾸겠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방류 엿새 만이자, 방문 형식으로 한국 전문가가 현지에 간 지 사흘 만에 제대로 오염수 안전성도 확인하지 않고 용어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오염 처리수’라는 명칭을 공식 사용하겠다는 언급은 이날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한 수협·급식업체 상생협력 협약식 자리에서 나왔다. 협약식에 참석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돼 나가는 물을 자꾸 오염수, 오염수 하니까 거부 반응이 있는 것”이라며 “이 시간 이후로 모든 우리 어업인은 오염수에서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티에프 위원장은 원전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라고 말하며 “위원장인 내가 (이 용어를) 썼으니까 이미 우리 당은 공식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을 달래려 용어 변경을 선언한 것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오염수 용어는) 이제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맞장구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용어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일브리핑에서 “그런(용어 변경) 의견이 계속 나오고 한다면 적정한 시점에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염수라는 단어를 그대로 두고는 여론전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의원은 “오염수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보이니까 부담이 크다. 여론을 위해서는 ‘오염 처리수’로 바뀌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에서도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 설득하는 과정도 없이 갑자기 ‘오염 처리수’를 왜 꺼내 드는 줄 모르겠다”며 “지금 용어 변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불안해하고, 수산물 소비가 위축돼 있는 데 대한 대책을 더 강구하는 게 필요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한 지 엿새밖에 안 된데다, 한국 쪽 전문가가 상주 아닌 방문 형식으로 후쿠시마 현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소에 간 것도 지난 27일로 사흘 밖에 안 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혼란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오전에 “오염 처리수로 공식” 언급을 했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오후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말을 바꿨다. 여론 역풍이 감지되자 급하게 정정에 나선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당 공식 입장을 정한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실제 배출되는 게 오염수 처리 후에 나오는 것이라 그런 의미를 반영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 같다. 국제적으로도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아무 문제 없는 처리수를 내(보내)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처리수’라는 용어를 썼다. 그러면서 “모든 과학자들이 아니라는데, 문명국가가 반대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일본이 22조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배출한다고 해서 삼중수소를 배출한다고 해서 (국제기구에) 제소한다는 것은 사실 관계에서만 봐도 대단히 이상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며 “일본 오염수 배출이 우리나라에 거의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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