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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운동권 새댁’ 첫 여성총리 눈앞

등록 2006-03-24 19:19수정 2006-03-25 17:50

한명숙 국무총리 지명자가 2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하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한명숙 국무총리 지명자가 2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하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13년간 남편 옥바라지·2년 옥고
‘온화한 카리스마’ 당 안팎서 신망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참여정부 후반기 국정을 이끌 새 총리 후보자에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명했다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발표했다. 한 총리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거치면 첫 여성총리로 탄생하게 된다. 이 실장은 “한 후보자가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로서 부드러운 리더십과 힘있는 정책수행을 통해 주요 국정과제를 안정적, 전향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8년 전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을 군사정권의 감옥에 빼앗겼던 ‘운동권 새댁’이 첫 여성 국무총리 자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

새 총리에 지명된 한명숙 의원은 한 빛깔의 모습이 아니다. 보통 아주머니 같은 편안한 인상이지만, 여성운동계의 ‘맏언니’로 불린다. 여성부·환경부 장관 등 묵직한 이력을 갖춘 재선 의원이기도 하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아름다운 생을 노래하는 작가가 되고픈 문학소녀’였던 그의 인생은 이화여대 재학 때 기독교 동아리에서 박성준(65·성공회대 교수)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큰 굴절을 겪는다. 1968년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이 이른바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그 뒤 혼인신고도 못한 채 13년 동안 남편 옥바라지를 했다. 한 지명자는 “남편과 13년 동안 주고받은 옥중서신에는 못다한 사랑과 시대의 아픔, 분노와 희망이 온전하게 담겨 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70년 강원룡 목사가 주도한 크리스찬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민주투사의 길을 걷게 된다. 소외계층 여성들의 교육을 맡다가 79년 신인령 현 이화여대 총장, 이우재 현 한국마사회장 등과 함께 구속됐다. 고문을 당했고, 2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80년대 이후 한 지명자는 ‘발로 뛰는 여성운동’에 나섰다. 당시 “쓰레기에서 통일까지 ‘사회 주부’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며 여성의 소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진보적 여성운동을 조직화해, 90년대 말까지 남녀고용평등법·성폭력처벌법의 제·개정 등 여성권익 보호에 앞장 섰다.

정치권은 재야운동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리를 놓았다. 99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때 영입돼 2000년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고,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냈다. 참여정부 첫 환경부 장관으로 일하다 17대 총선에 나서 경기 고양일산 갑에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홍사덕 한나라당 전 의원을 꺾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이런 경력과 부드러운 성품을 엮어 ‘온화한 카리스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내에선 김근태 최고위원 등 재야파와 가깝지만, 합리적 성품으로 다른 정파 쪽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다만 “색깔이 없다”고 말하는 이도 더러 있다.

한 지명자는 지난해 10월 당 상임중앙위원을 그만둔 뒤 경제 공부에 전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당 안팎의 여성문제엔 빠지지 않고 나선다. 남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6·25 때 고향인 평양에 모든 것을 묻어 둔 채 월남한 뒤 망향의 넋이 된 부모님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한대서 붙은 별명이 ‘감격 시대’다. 85년 마흔하나에 낳은 늦둥이 아들 이름에 남편과 자신의 성을 한자씩 따 ‘박한길’이라고 지은 것과, 여성운동을 하느라 바빴던 한 지명자 대신 남편이 전업주부 노릇을 하며 아이를 키운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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